요즘 드라마 필수, ‘매력적인’ 악역이 있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11. 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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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최악의 악’에 정기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위하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근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인터뷰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지탱하던 ‘권선징악’의 코드는 최근 많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 사이를 선악 구분이 묘한 ‘경계인’ ‘회색인’들이 채우고 있다.

선한 역의 배우들이 악해진 만큼, 악역의 배우들에게도 당위성이 부여됐다. 그래서 상황과 입장에 따라서 과연 이 인물이 악인인지 궁금증을 높이는 인물도 늘어났다. 또한 이러한 가치의 상승으로 마냥 무뢰한처럼 보이는 악역의 이미지도 개선됐다. 바로 지금, 2023년 11월. 매력적인 악역들이 드라마를 수놓고 있다.

최근 악역들의 특징은 무조건적인 악의 서사를 지양하고 사람에 따라서 그 판단이 다를 수 있는 나름의 서사가 등장한다. 거기다 주인공보다 더욱 말끔하고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 박인욱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진욱. 사진 넷플릭스



대표적인 사례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최악의 악’ 정기철 역 위하준을 들 수 있다. 정기철은 극 중 거대 마약조직인 강남연합을 이끄는 보스다. 1990년대 당시 서울 유흥의 중심이었던 강남을 장악한 후 중국에서 제조한 마약을 일본에 넘겨주며 크게 이윤을 얻어 본격적인 사업가로 나아가려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잠입수사를 위해 들어온 박준모(지창욱)의 아내 유의정(임세미)과의 로맨스가 끼어든다. 과거 교회의 누나, 동생사이였던 이들의 ‘썸’은 극 중에도 유효하다. 정기철은 이혼한 줄 알고 있는 의정과 결혼하기 위해 손을 씻으려 하고, 의정은 수사를 통한 남편의 구제와 기철에 대한 미련으로 혼란스러워한다.

마약조직의 보스이지만 우정이나 애정에 더 집중하는 정기철의 캐릭터는 판단에 따라서는 ‘낭만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랑에 헌신하는 모습 역시 동정을 살 여지가 있다. 그는 ‘최악의 악’으로 변해가는 박준모 캐릭터에 비해서는 동정할 수 있다.

JTBC 주말극 ‘힘쎈여자 강남순’에 류시오 역으로 출연한 배우 변우석. 사진 JTBC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는 박인욱 역 이진욱이 등장한다. 극의 초반 이두나(수지)를 셰어하우스에 숨기고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캐릭터 ‘P’의 정체가 이진욱이었다. 그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로 맺었던 이정효 감독과의 연으로 캐스팅됐다.

실제 이정효 감독이 박인욱 역으로 “멋진 어른 남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진욱은 이 역할을 통해 깊은 눈빛과 상대를 압도하는 아우라를 보인다. 능력이 있지만 두나를 계속 불안정하게 하는 인물로 극을 보는 이들에게는 악역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도 해석된다.

주말극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배우 변우석이 연기하는 류시오 역이 눈길을 끈다. 외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괴력 3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서 류시오는 세상에 적수가 없을 것 같은 ‘괴력 3대’와 맞서는 빌런이다.

MBC 금토극 ‘연인 파트 2’에 구원무 역으로 출연한 배우 지승현. 사진 MBC



단순히 말끔한 악역 같지만 류시오에게도 괴력의 묘사가 따른다. 게다가 중반 이후부터 강남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주인공 커플로 설정된 강남순(이유미)-강희식(옹성우) 커플의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외로움과 세련됨이 점철된 외모와 함께 기다란 신장은 그의 치명적인 매력을 배가한다.

현재 많은 원성을 듣고 있지만, MBC 금토극 ‘연인 파트 2’에 등장하는 구원무 역 지승현 역시도 이런 캐릭터의 범주에 들었다. 극 중 무관 가문으로 젊은 나이에 종6품 종사관에 봉해질 정도로 능력이 있는 그는, 말수가 적고 우직하지만 길채(안은진)에 대한 마음 때문에 조급해진다.

결국 청으로 잡혀간 길채를 구하려는 의지도 꺾어버리고, 중반 이후에는 청에서 다녀온 길채에게 정절을 지켰는지 물어보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불렀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남편도 아닌 그 사람, 이장현(남궁민)에 대한 열등감이라 표현하면 일말의 이해 여지를 남긴다.

지승현은 이 작품을 제외하고도 ‘최악의 악’과 오는 11일 첫 방송이 예정된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도 출연을 확정해 주가를 더욱 높이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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