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UG 전세보증 받은 빌라 10곳 중 7곳은 ‘깡통주택’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발급해준 빌라 10곳 중 7곳은 전세금이 집값의 80%에 달하는 ‘깡통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7년 전 ‘임차인 보호’를 이유로 보증가입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결과로, HUG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전세보증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이 16일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HUG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연립·다세대주택에 발급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총 26만7942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부채비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 보증이 18만1972건(67.9%)이었다. HUG가 보증해 준 빌라·다세대주택 10곳 중 7곳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은 깡통주택이라는 뜻이다.
깡통오피스텔에 발급된 보증도 늘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에 발급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총 21만7726건 중 부채비율 80% 이상 경우는 13만1837건(60.6%)이었다.
깡통빌라·깡통오피스텔의 보증 가입이 늘어난 건 2017년 2월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이유로 모든 주택유형의 담보인정비율을 100%로 일괄 상향하면서다. 이때부터 부채비율이 높은 빌라·오피스텔까지 HUG 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4311건에 불과했던 깡통빌라 보증발급 건수는 부동산이 오르던 2021년 3만6383건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의 보증 확대는 ‘무자본 갭투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한껏 뻥튀기된 주택들이 넘쳐났고, 임차인들은 HUG 보증만 믿고 깡통주택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가격 거품이 꺼지자마자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 대위변제금액만 8조794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 자금사정상 신규 보증 자체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90배까지만 보증이 가능하다. 올해 4분기 보증배수는 132.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문에 전세보증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반환보증 한도를 100%에서 90%로 한 차례 낮췄으나 시민단체는 이를 60%까지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지금보다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유병태 HUG 사장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채비율 90% 이하 주택의 상황을 보면서 보증한도를 더 (하향) 조정할지 추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보증 확대의 나비효과로 무자본·무제한 주택 매입이 가능해졌고, 이를 악용한 대규모 빌라 임대업자가 출현하게 됐다”며 “전세 사기 폭증의 뇌관이 된 전세보증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주거지원제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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