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필리핀 중국대사가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이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해 외교적 파문이 일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무력 사용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개 반발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주필리핀 중국대사의 발언이 양국 관계를 다시 악화시키고 있다. 16일 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징취안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전날 필리핀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을 역내 분쟁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한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우리가 무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무력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외교관이 할 만한 발언이 아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16일 이에 대해 "내게는 매우 위협적으로 들린다"며 "외교관이 할 만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필리핀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중국 대사의 발언이 무력 사용을 암시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러한 언사가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훼손하고 대화와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징취안 대사는 필리핀이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락에서 떼어내 인용했다"
중국 측은 필리핀이 발언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필리핀 외교부가 대사의 발언을 맥락에서 떼어내 선택적으로 인용하고 과도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극도로 민감한 단계에 있다며, 필리핀 정부가 상황을 위험하고 불확실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필리핀이 중국의 입장을 종합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공방이 외교 채널 전면으로 번진 모양새다.

"스카버러 암초에서 충돌은 계속됐다"
이번 갈등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양국은 스카버러 암초 등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선박 충돌과 항공기 접근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테오도로 장관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로, 이번 대사 발언도 그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현장의 물리적 대치가 외교적 수사로 옮겨붙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외교관의 한 문장이 양국 관계의 온도를 다시 끌어올렸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이 맞닿는 해역이 줄어들지 않는 한, 이런 충돌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대화 채널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당면 과제다. (사진 출처=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