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 불 밝혔다…"한강 특수는 2002월드컵 후 가장 큰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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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를 뒤덮은 짙은 불황 속에 한강의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엿새 만인 16일 100만부를 돌파하면서 반색하는 곳은 대형 문학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뿐만이 아니다.
최 이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인쇄소에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며 "이처럼 호황을 누린 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당시에는 기업체 홍보물을 비롯해 여러 인쇄 요청이 잇따르면서 '월드컵 특수'를 누렸는데, 이번엔 '한강 특수'를 누리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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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가뭄 속의 단비'…한 달 이상 가길 기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업계를 뒤덮은 짙은 불황 속에 한강의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엿새 만인 16일 100만부를 돌파하면서 반색하는 곳은 대형 문학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반기는 곳이 있다. 인쇄소다. 대형 출판사와 서점이야 안정적인 매출을 내왔지만, 인쇄소들은 출판 부수 감소 등으로 그간 힘겨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9천979만부)부터 매년 신간 생산 부수가 떨어지는 추세다.
2020년에 8천165만부, 2021년 7천995만부, 2022년 7천291만부를 찍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천21만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최근 10년간 정점을 찍었던 2018년(1천174만부)에 견줘서는 생산 부수가 30% 정도 감소한 셈이다.
이 같은 불황 속에 여러 인쇄소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던 '보진재'가 대표적이다. 보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온 가장 명망 있던 인쇄소였으나 불황의 타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2020년 폐업했다. 보진재뿐 아니다. 최근 수년간 중형 인쇄소 5~6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30년 업계 경력의 삼조인쇄 최원영 이사는 "알려진 것만 그렇다"며 "그 외에 작은 인쇄소들도 많이 도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조인쇄는 현재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인쇄하고 있다. 주 52시간 덕택에 일요일 하루만 쉬고, 24시간 인쇄기를 풀가동하고 있다. 3대의 인쇄기를 하루 종일 돌려도 찍어낼 수 있는 건 1만부 정도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삼조인쇄 외에도 다른 2~3곳의 인쇄업체가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찍고 있다.
최 이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인쇄소에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며 "이처럼 호황을 누린 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당시에는 기업체 홍보물을 비롯해 여러 인쇄 요청이 잇따르면서 '월드컵 특수'를 누렸는데, 이번엔 '한강 특수'를 누리게 됐다"고 했다.
한강의 저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 중인 한영문화사의 이현훈 전무는 "지난 주말에도 하루도 못 쉬고 인쇄기를 돌려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라며 "10월은 비교적 성수기여서 다른 곳에서도 인쇄 요청이 많은 편인데, 그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파주에 있는 한 출판사의 편집주간은 "한강의 책이 잘 팔리는 건 물론 출판계의 경사"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매출 감소로 힘겨워하던 인쇄소들의 상황이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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