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대란 …"예약해도 언제 맞을지 몰라"
병원당 소량씩만 공급돼 품귀
물량 경쟁에 유통사 서버 다운
환자부담 최소 月 70만원선
고도비만이나 질환 있어야 처방
식약처 "신중한 처방을" 당부
"지금 예약하려면 11월 1일 진료 후 처방이 가장 빨라요. 그래도 예약해드릴까요?"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한국에 출시된 15일 일선 병의원에서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위고비 제약사 한국지사인 노보노디스크코리아가 의료기관당 구매 물량을 제한하면서 병의원들이 앞다퉈 초도 물량 확보전에 뛰어들었지만 첫날 유통된 물량은 극히 적었다. 비만클리닉을 비롯한 주요 병의원에는 '언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 강남의 한 내과의원은 "위고비는 이달 20일 이후 입고된다"며 "제약사 측에서 1차 물량은 매우 소량만 공급하고 있어 미리 예약한 사람들부터 순차적으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한 의약품 중간유통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 홈페이지는 접속이 몰리면서 오전 10시 30분께 잠시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경기 안양의 한 내과의원은 가장 많은 위고비 사전 물량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이 의원은 이미 9월 중순부터 위고비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한 달치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위고비 사전 예약에 성공했다는 손 모씨는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가 극찬할 정도로 좋은 약이라고 들었다"며 "다이어트는 덤이고 혈관 개선까지 장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큰 부작용이 없다면 계속 맞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고비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해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받으면 구입할 수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와 BMI 27~30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다.
실제 병의원과 약국에서 본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겪은 만큼 국내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위고비는 일단 국내로 들어오면, 1차 유통사인 쥴릭파마를 거쳐 2~3차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해 병의원과 약국으로 공급하는 구조"라며 "유통구조 등을 고려할 때 주문을 접수한 이후 이틀 정도 지나야 본격적으로 현장에서 위고비를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각 의료기관은 가격 책정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쥴릭파마의 위고비 출하 가격(1펜·4주분 37만2025원)이 공개되면서다. 위고비는 건강보험 적용 없이 출시되는 비급여 의약품인 만큼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길 수 있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의약품의 공급 가격이 공개되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유통비나 진료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공급 가격이 노출된 탓에 환자들이 실제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반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용 전액이 환자 부담이다 보니 많은 병원들이 얼마로 책정할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환자들이 내야 하는 소비자가격은 7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식약처도 위고비에 대해 "비만에 해당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글로벌 신약의 국내 출시 전에 신중한 처방을 당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위고비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 측도 '치료 개념'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에서 위고비의 미용 목적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 메디컬팀은 "위고비는 언뜻 들으면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기적의 신약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이어트 최대 용량까지 올라가는 데 넉 달이나 걸리는 인내심과 의지가 필요한 약이기도 하다"며 올바른 사용법을 잘 알려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호 기자 /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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