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보급 초기 모델들이 출시된 지 8~10년이 지난 지금, 중고차 시장에는 20만 km 이상을 달린 전기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차량은 신차 가격 대비 절반 이하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2018년식 기아 니로 EV는 신차 가격이 약 4,780만 원이었지만, 현재 20만 km 주행 모델은 1,500만 원대에 거래된다.
이는 동급 내연기관 SUV는 물론 준중형 세단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또한 엔진오일이나 점화플러그 같은 소모품 교체가 필요 없고, 구동계 부품이 단순해 유지비 절감 효과가 크다.
배터리 보증 만료 이후의 불안 요소

하지만 중고 전기차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배터리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증은 보통 8년/16만 km 또는 10년/20만 km까지 적용된다.
이 기준을 넘어선 차량은 사실상 안전망이 사라진 상태다.
만약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경우, 기아 니로 EV 배터리 교체 비용은 약 2,300만 원으로 차량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배터리 상태(SOH, State of Health)를 확인하지 않고 중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같다.
SOH 진단과 보증 확인은 필수

중고 전기차 구매의 첫 단계는 배터리 SOH 진단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공식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다.
여의치 않다면, 저렴한 OBD2 스캐너와 전용 앱을 활용해 ▲SOH ▲셀 편차 ▲충전 횟수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판매자의 설명만 듣지 말고, 반드시 차대번호로 제조사 고객센터에 보증 잔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배터리가 장착된 하부의 충격 흔적이나 사고 이력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조건

고주행 전기차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100km 이내 ▲자택 완속 충전 환경이 마련돼 있음 ▲차량 진단에 적극적인 소비자라면 충분히 실속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테슬라 보고서에 따르면, 32만 km를 주행한 차량도 평균 88%의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
잘 관리된 중고 전기차는 내연기관 중고차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배터리 진단’이 유일한 관문

20만 km 이상 주행한 중고 전기차는 저렴한 가격과 낮은 유지비라는 확실한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배터리 리스크라는 치명적인 변수를 동반한다.
따라서 구매 전 반드시 SOH 진단과 보증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충족한다면 중고 전기차는 누구보다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