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문화 '이것' 모르면 한국에서 직장 못다닙니다
술주정에 관대한
한국인
한국은 술주정에 관대한 걸로 유명하다.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을 엄격하게 대하는 직장 상사조차 술자리에서는 술에 취한 부하 직원이 다소 심한 말을 하고 거칠게 감정을 표현해도 그러려니 해준다.
“자, 지금부터 우리 계급장 떼고 실컷 마셔보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술자리는 계급장을 잊게 만들어 사람들을 평등한 술동무로 만듦으로써 우리의식을 강화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술자리에서 속마음을 토로하는 것이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술자리가 끝난 다음 날 업무에 복귀하면 술자리가 만들어주었던 일시적인 우리는 사라지므로 부하 직원들은 다시 자기의 속마음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참고로, 술자리가 너무 빈번하면 술자리의 우리가 공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쳐 양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수도 있다.
한국인은 감정 표현이 없거나 부족하면 진심이 없다고 느끼며 싫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의 사과 문화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저명인사나 공직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과할 때 우는 것을 적극 장려한다.
만약 그가 울지 않으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으며, 가짜로 우는 것 같으면 연기하고 있다고 더 심하게 욕을 먹는다.
월드컵에 집착하는
한국인
한국인의 감정의 진폭이 큰 것은 무엇보다 한국인의 자기 요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성과 주체성이 강한 한국인은 자신의 요구를 쉽게 접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실현하려고 한다.
요구가 강하면 그만큼 감정의 강도도 강해진다. 그 결과 행동이나 활동도 활발하고 강해진다. 이것은 역동성의 근원에 한국인의 강렬한 요구와 강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구의 강도는 개인보다 집단일 때 강해진다. 개인적 요구의 강도가 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집단적 요구에 비할 바가 못된다.
예를 들면 맛있는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요구가 제아무리 강해도 한국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집단적 요구에 못 미친다.
가장 강렬한 요구는 집단, 특히 우리의 요구다. 한국인은 강한 우리성을 가졌기 때문에 개인의 요구보다 집단의 요구, 우리의 요구를 더 중시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요구 강도는 아주 강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인의 감정의 진폭이 큰 것은 요구의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고, 요구의 강도가 강한 것은 한국인이 우리의 요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동성이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감정의 진폭이 큰 것은 한국인이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인만의 병
'화병'
일부 연구자들은한국인이 통상적으로 감정을 억압하면서 살아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화병이라는 한국인만의 병을 앓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한국인이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인은 원래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면 화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감정 표현을 잘 안 하기로는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훨씬 더하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화병을 앓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인은 감정을 억제, 억압하는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민성길, 이시형 등은 화병을 앓는 사람들이 주로 고령자, 여성, 저학력층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화병이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봉건적 문화가 심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며느리나 학력이 낮아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 특히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결국 화병을 얻는다.
한국인은 감정 표현을 억압받지 않는다면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문화비교 연구자들은 한국인이 단지 일본인만이 아니라 서양인에 비해서도 화를 내거나 푸는 것을 잘한다고 말한다.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것은 한국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보면 일본인은 당혹해한다.
일본에서는 장례식에서 소리를 내어 통곡하는 일이 거의 없고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는 것을 좋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 두 나라 간의 차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식을 잃은 한국 부모들이 땅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면서 큰 소리로 통곡했던 모습과 사고로 자식을 잃은 일본 부모들이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애써 웃음을 짓는 모습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인은 가족, 친지, 친구 같은 사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 혹은 우리 관계로 간주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기의 감정을 드러낸다.
반면에 일본인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잘 아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자기의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인은 흥분하면 큰 소리로 싸우고는 금방 웃으며 화해하지만 일본인이 큰 소리로 싸운다면 그것은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결심이 선 후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도 감정 표현이 과감하고 강한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툭하면 울고 웃거나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식으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인이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문화권에서 살아왔고 우리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은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 내지 않는 것은 우리 관계를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한국인은 감정 표현을 긍정적으로 대한다.
다시 말해 감정 표현을 너그럽게 대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만일 한국인이 감정 표현을 싫어했다면, 즉 한국에 감정 표현을 꺼려하거나 싫어하는 문화가 있다면 한국인이 감정을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본 내용은 김태형 작가 저서<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의
일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