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마진'에 '인증'도 간소화...상품권 판매 독려해 배불린 카드사
[편집자주]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들에게 줄 판매대금을 정산기일 전까지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판촉 등 마케팅 비용으로 썼고 인수합병(M&A) 자금에 보태기도 했다. 그 사이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는데는 상품권 판매가 활용됐다. 상품권은 판매 시점과 사용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질수록 상품권 할인율은 높아졌고 티메프의 상품권은 상테크족, 상품권깡 업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카드사들은 이런 수요를 파고 들어 매출을 늘렸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자 모두 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로 드러나 상품권 시장의 민낯을 파헤쳐봤다.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품권 시장의 판을 키웠을 때 일부 카드사가 이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꼼수'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카드사들은 상품권 거래소들의 자금을 모아 온라인에서 상품권 구매를 대행해주는 업체에 구매금액의 2% 안팎의 리워드를 제공했다. 100억원 가량의 상품권을 자사 카드로 거래하면 2억원을 이른바 '백마진'(Back margin)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상품권 구매 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ARS(음성자동응답) 본인인증도 일부 카드사는 상품권 구매 대형 업체에는 간소화했다.
다른 카드사로부터 2%의 리워드를 제공받았던 B업체는 올해 1월부터 A카드를 이용해 상품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올해 A카드로 구매한 상품권만 약 1500억원 규모다.
B사는 오프라인 상품권 거래소의 자금을 모아 이커머스에서 풀리는 저렴한 상품권을 대신 구매해주는 업체다. 보통 상품권 거래소는 오프라인에서 상품권을 구하는데 지난해부터 티메프 등을 중심으로 상품권이 싸게 팔리면서 온라인 구매 대행 업체에서 상품권을 구했다. B사 관계자는 "우리처럼 영업하는 상품권구매대행법인은 아는 것만 10여개는 된다"고 말했다.
구매대행 업체는 대행 수수료 외에도 카드사 리워드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다. 특히 카드사 경쟁이 심해지면서 리워드 비율이 커지면서 수익도 늘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개인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의 한도는 월 100만원이지만 법인 신용카드는 관련 규제가 없다. A카드사도 상품권 구매 대행 업체에 한도를 제한하지 않았다. 대신 결제 불이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 결제대금을 미리 예치하는 조건을 달았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명의도용 등 부정결제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상품권과 같은 환금성 상품을 결제할 때 기본 본인인증 외에 추가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한다. 추가 본인인증에는 △ARS인증 △SMS인증 △계좌 1원 인증 등이 있다.
법인회원에게 추가 본인인증을 받는 건 법적 의무는 아니다. 다만 상품권 구매는 명의도용과 자금세탁이 흔하게 일어나는 고위험 업종이어서 모든 카드사가 추가 본인인증을 받는다. A카드사 역시 50만원 이상 온라인에서 상품권을 구매할 때 추가 본인인증을 요구한다.
상품권 대형 업체가 100억원어치 상품권을 사들이기 위해선 수만건의 ARS인증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A카드사는 추가 본인인증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편의를 제공했다. A카드 앱에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곧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꾸어줬다. 추가 본인인증 시간이 건당 2분에서 40초로 단축되면서 상품권 구매 규모는 커졌다. B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상품권을 월평균 100억원가량 사들였으나 올해 법인카드를 바꾸면서 구매액이 두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A카드사는 상품권 구매대행 업체에 온라인상에서 상품권이 싸게 풀리는 정보도 공유해주기도 했다.
티몬 사태로 인해 B사가 입은 피해규모는 30여억원 가량이지만 아직 결제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B사는 지난 7월 선주문 상품권 30여억원어치를 주문하고 바코드가 발송되기 전 카드결제를 취소했다. 바코드가 발송되지 않은 선주문 상품권은 배송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원칙적으로 결제취소 대상이지만 카드사와 PG사 모두 책임을 회피하면서 B사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A카드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 해명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ARS인증이 제외된 대신 본인인증이 가능한 다른 방식으로 추가 본인인증을 진행했다"며 "ARS인증 제외를 요청하는 업체에 한해 (다른 추가인증) 옵션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해준 것일 뿐 모든 절차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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