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에 74억원…2층이 펼쳐지는 금장식 여행 트레일러

여행용 트레일러에도 분명한 급이 있다. 일반 트레일러가 있고, 럭셔리 RV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범주를 뛰어넘는 존재가 있다.

‘더 제니스(The Zenith)’는 지금까지 등장한 RV 가운데 가장 비싸고, 가장 과감하며, 사실상 다시는 나오기 힘든 단 한 대뿐인 이동식 궁전이다.

제작비는 약 500만 달러(약 74억 원). 이 프로젝트는 은퇴한 레이스카 드라이버이자 팀 오너인 마이클 안드레티와 그의 아내 조디 안드레티가 직접 기획했다. 레이싱 시즌 동안 가족이 실제로 생활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 RV로는 충족할 수 없던 기준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목표였다.

제작은 한때 이동식 럭셔리 트레일러의 정점으로 불렸던 앤더슨 모바일 에스테이츠가 맡았다. 이 회사는 윌 스미스, 머라이어 캐리, 빈 디젤 등 할리우드 최상위 고객들의 트레일러를 제작해온 곳이다. 더 제니스 역시 그 철학의 완성판이다. 주행 중에는 하나의 트레일러지만, 주차 후에는 전동식 구조를 통해 2층이 펼쳐지며 완전히 다른 건축물로 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안드레티 부부는 2020년 초에 이를 주문했지만, 실제 인도는 2024년 7월에 이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드레티는 레이싱 팀을 매각했고, 더 제니스 역시 거래에 포함됐다. 현재 이 단 한 대뿐인 트레일러의 주인은 LA 다저스 구단주 마크 월터가 이끄는 TWG 글로벌이다.

규모는 주택에 가깝다. 양방향 확장 구조를 통해 실내 면적은 약 115.5㎡(약 35평)까지 늘어나며, 최대 8명이 취침할 수 있다. 욕실 3개, 홈 시네마 2개, 셰프급 주방, 히든 바가 들어간다. 총중량은 약 36톤에 달해 더블캡 디젤 트럭이 이를 견인한다.

실내는 RV라는 말이 무색하다. 월넛 플로팅 테이블, 자개 워터폴 구조물, 별빛 천장 등 맞춤 제작 요소가 가득하며, 모든 기능은 터치 패드로 제어된다. 디자이너는 이 공간을 “첨단 기술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이와 같은 초대형 2층 트레일러는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다. 앤더슨 모바일 에스테이츠도 트레일러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 결과 더 제니스는 도로 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2층 이동식 궁전이 됐다.

더 제니스는 실용성을 논할 대상은 아니다. 대신 이 트레일러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한다. 이동식 주거 공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지금으로서는 이 한 대가 정점이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