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값 지난해 1㎏당 8000원서 올해 1만4천원으로 급등
손님 줄어들까 ‘스페셜티 커피’값 인상도 못하고 ‘속앓이’
광주지역 소규모 동네 카페 운영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업체 틈새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겨우 버티는 상황에 생두(볶기 전 커피 열매)가격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스페셜티를 판매하는 영세 카페 상인들은 매일같이 오르는 생두 가격을 감당하기 버겁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서 2년 째 로스터리 카페(생두를 볶아서 판매하거나 커피를 직접 추출해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용(35)씨는 “지난해부터 매주 생두 가격 인상 공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했을 때 딱 2배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거래처 15곳을 두고 있지만 폐업을 면치 못하는 가게들도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두 가격의 급등은 달러 환율 급등과 원산지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꼽힌다.
생두 거래의 기준이 되는 달러 환율이 꾸준히 증가해 1400원대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계속돼 블렌드 커피에 많이 사용되는 브라질 생두의 경우, 지난해 대비 10~15% 정도 추가 비용이 지불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생두생산 국가에 가뭄과 폭우가 이어져 생두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로스터리 카페와 빵집을 겸하고 있는 김모(30·남구 봉선동)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생두 가격이 최대 40%까지 올랐다”면서 “지난해 1㎏당 8000원이던 생두 품종이 이달 말 기준 1만 4000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카페를 직영하는데다 빵을 판매하고 있어 아직은 버틸만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사이에서 점점 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환율상승과 기후위기로 생두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격을 더 올리면 지역민들이 지갑을 닫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부담 때문에 일부 동네 커피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커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구 치평동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손현진(43)씨는 “생두가 지난해 초에 비해 최대 80% 올랐다. 일반 카페보다 로스터리가 조금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손씨는 결국 버티다 못해 4000원에서 45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손씨는 “본격적으로 저가형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엄청나게 많아진 2019년부터 개인 카페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찾지 않을까봐 가격도 못올리고 문을 닫는 동네카페도 많은 상황이다.
동구 동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영진(72)씨도 원두 가격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원두 봉지 인쇄 비용을 줄여가면서까지 납품가를 유지해왔지만 일주일 새 1만원에서 1만 1000원으로 생두 가격이 오르다보니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씨는 “5년 전 코로나19 이후 회복하지 못하다가 작년에는 금리 인상, 계엄까지 겹쳤다. 경기 회복에 몇년이 걸릴 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며 지난해 비해 45% 매출이 줄었는데 생두 가격까지 오르니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형프랜차이즈도 커피가격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톨사이즈 커피를 300원 인상했고, 일부 저가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도 가격을 올렸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13일 기준 커피(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전월대비 7.1% 상승한 1t당 9675달러를 기록했다.
*스페셜티 커피원두의 생산지·향·맛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일정 점수 이상이 넘는 생두로 만든 커피. 파나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자란 ‘게이샤’ 품종이 대표적이다. 특정 국가에서 특정생산자가 생산한 단일 품종은 ‘싱글 오리진’, 2개 이상 품종을 섞는 경우는 ‘블렌드’로 불린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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