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에 살면서도 10년 넘게 국산차를 타는 의사 함익병. 100억 자산가가 된 그의 삶에는 돈보다 불안을 다루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안정의 상징 뒤에 숨겨진 불안의 시간

사람들은 함익병을 떠올리면 ‘안정적인 성공’이라는 단어를 먼저 붙인다. 자산 규모, 직업, 거주지까지 모두 사회가 정의한 성공의 좌표에 정확히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지금의 안정은 처음부터 주어진 조건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그의 수입은 일정하지 않았고, 의료인으로서의 미래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도, 누군가 대신 책임져주는 구조도 없었다. 그는 그 시기를 “불안이 기본 상태였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보다 눈을 떴을 때 더 많은 걱정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던 날들이 반복됐다.
중요한 건 그 불안이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불안한 상태를 삶의 경고등처럼 받아들였다.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라는 신호였다.
가장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하게 느껴졌던 이유

의사에게 가장 무난한 선택은 봉직의로 남는 것이다. 정해진 근무 시간, 안정적인 급여, 최소한의 리스크. 그러나 함익병에게 그 구조는 점점 다른 불안을 키웠다. 노력과 결과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그는 스스로 통제권을 잃고 있다고 느꼈다.
안정적인 수입은 있었지만, 성취감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편안함 속에서 무력해지는 기분이 더 무서웠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기엔 가장 안전한 길이었지만, 그에게는 장기적으로 가장 위험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이 지점에서 그는 한 가지 기준을 세운다. 지금의 불안과 미래의 후회 중 무엇이 더 감당하기 어려운가. 이 질문은 이후 그의 모든 선택의 출발점이 된다.
확신이 아니라 감당 가능성을 계산하다

개원을 결심하던 시기,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자금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선택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완벽한 확신은 행동 이후에나 생긴다는 사실을. 대신 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실패했을 때 잃을 수 있는 것,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하나씩 따져봤다. 감당 가능한 선이 보이자 결정은 빨라졌다. 그는 살던 집을 정리해 의료 장비에 투자했다. 안전망을 남겨두지 않은 선택이었다. 돌아갈 길을 열어두면 결국 앞으로 가지 않게 된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열심히 일한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노동

개원 이후 그의 생활은 단순하지만 치열했다. 진료 시간 외에도 장비 점검, 직원 관리, 운영 시스템까지 직접 챙겼다. 휴식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이 시간을 단순히 성공을 위한 희생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노동은 감정 조절의 수단이었다.
일을 줄이면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불안이 더 커졌다. 움직이지 않을수록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불안은 증폭됐다. 반대로 몸을 쓰고, 판단하고, 실행할수록 마음은 정리됐다. 그는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움직였다. 이 반복이 결국 결과를 만들었다.
돈을 불리는 방식보다 지키는 태도
사람들은 종종 그의 투자 비결을 묻는다. 하지만 함익병의 답은 늘 단순하다. 복잡한 금융 상품이나 유행하는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세 가지 원칙만 지킨다.

• 단기 변동에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것
• 오래 보유해도 구조적으로 무리가 없을 것
이 기준에 가장 잘 맞았던 자산이 부동산이었다. 빠른 수익보다는 예측 가능성과 관리 가능성을 중시했다. 그는 “돈을 빨리 벌고 싶을수록 판단은 흐려진다”고 말한다.
타워팰리스보다 더 주목받은 국산차 선택

그가 거주하는 곳이 타워팰리스라는 사실보다 대중의 관심을 끈 건 그의 자동차였다. 다수의 자산가들이 고급 수입차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그는 10년 가까이 국산차를 유지해왔다. 그가 선택한 차는 제네시스 G80 구형(DH) 모델이다.
최신 사양도, 과시적인 디자인도 아니지만 주행 안정성과 내구성 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차량이다. 그는 이 차를 ‘충분히 좋은 도구’라고 표현한다. 더 비싼 선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소비가 삶의 질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의 소비 기준은 언제나 필요와 효율에 맞춰져 있다.
불안을 기준 삼아 쌓아온 삶의 구조

함익병의 선택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하나다. 불안을 제거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불안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완벽한 준비보다, 최악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계산했다. 그래서 그는 늘 불안한 방향으로 한 발 더 내디뎠다. 그 길 끝에 성장이 있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을 운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화려한 요령 대신 반복 가능한 선택을 쌓아온 결과, 지금의 자산과 삶이 만들어졌다. 불안은 피하는 사람의 적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의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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