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축구 경기장 압사사고로 125명 사망

경기장 난입 진압때 최루탄 사용
관중들 일시에 출구로 몰려 참변

인도네시아 축구장 참사 직전 1일 밤(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의 한 축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뒤 수천 명의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고 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구로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25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쳤다. [AP =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축구 경기가 끝난 직후 벌어진 팬들 간의 충돌과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125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쳤다.

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르한 축구장에서 열린 '아르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축구팀 간 경기 후 두 팀의 팬 수천 명이 경기장에 난입해 충돌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홈팀 아르마가 3대2로 패하자 흥분한 아르마 팬들이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 내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응해 상대편 응원단도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두 팀의 팬들은 충돌했고, 경찰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 최루탄에 놀란 관중 수백 명은 최루가스를 피하려 한꺼번에 출구 쪽으로 몰렸고,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서로 깔리거나 산소 부족으로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부 자바주는 2일 이번 사고로 경찰 2명을 포함해 총 1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바주 경찰서장은 "무정부 상태 같았다. 팬들은 경찰관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자동차를 부쉈다"며 팬들이 출구로 몰렸을 때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34명은 압사나 질식사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치료 중인 부상자도 180여 명에 달하며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사고를 두고 "세계 최악의 경기장 사고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부상자 중 일부는 뇌 손상을 입었고 사망자 중에는 5세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경찰의 최루탄 사용 등 미흡한 대응이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안전규정은 경비원이나 경찰이 경기장에서 총기나 최루탄 등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감시단(IPW)은 2일 성명에서 말랑 경찰서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IPW는 "인도네시아 축구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며 "사망자 수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사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장이 수용 인원을 초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3만8000명이지만, 이 경기의 입장권은 4만2000장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