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전화위복 됐다”… KF-21 엔진 국산화 앞당긴 한국의 ‘독한 결단’

KF-21 / 출처 : 뉴스1

총 8.1조원 규모의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사업에서 핵심 파트너로 참여했던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방위사업 협력의 신뢰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024년 8월 국방획득사업추진위원회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당초 1.6조원(약 11.68억 달러)에서 600억원(약 4.38억 달러)으로 대폭 축소하는 재조정안을 승인했다.

전체 개발비의 20%를 부담하기로 한 약속이 7.4%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초기 합의 이후 분담금을 부분적이고 불규칙하게만 지불하면서 한국 정부의 추가 예산 투입을 사실상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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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재정 합의가 완료되고 2025년 말부터 분담금 지급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프로토타입 미제공이라는 패널티가 부과되면서 실질적 파트너십은 이미 균열이 갔다는 평가다.

방위산업 관계자들은 “분담금 불이행이 반복되면서 기술 이전과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 상실이 향후 협력 구도에 미칠 파장이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48대의 KF-21 구매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6년 1월에는 16대의 Block II 및 Block III 추가 구매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담금 삭감으로 인한 신뢰 손상은 향후 수출 협상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1조원 삭감의 실체, 한국 혼자 짊어진 개발비

KF-21 / 출처 : 뉴스1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감소분 약 1조원은 고스란히 한국 정부의 추가 예산으로 충당됐다.

한국 정부는 KF-21을 “국가 차원의 방위산업 고도화 사업”으로 규정하고 단독 진행을 결정했지만, 이는 당초 계획했던 국제 공동개발의 리스크 분산 효과가 무력화됐음을 의미한다.

KF-21은 2021년 4월 프로토타입 공개, 2022년 7월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6년 초기 서비스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의 Kaan, 인도의 AMCA 등 완전 자체 개발 모델과 달리 핵심 기술은 국산화하되 엔진과 비행제어 시스템은 국제 협력으로 진행하는 ‘이중 경로 전략’을 택했다.

KF-21 / 출처 : 뉴스1

방위사업 분석가들은 이를 “일정과 예산을 준수한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했지만, 파트너의 불성실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과거 방위사업청 연구원 이주형은 KF-X 개발비가 10조원을 초과할 수 있으며, 수입 전투기 생애 비용의 최대 2배에 달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이탈은 이런 우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악재다.

현재 KF-21의 양산 단가는 8,000만~9,000만 달러(구성 및 지원 포함)로 라팔, 유로파이터보다 30~40% 저렴하고 F-16V와 그리펜 E/F보다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지만, 개발비 증가는 수출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필리핀과의 극명한 대조, 신뢰가 만든 격차

KF-21 / 출처 : 뉴스1

인도네시아와 대조적으로 필리핀은 성실한 파트너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필리핀은 2025년 6월 FA-50 경전투기 12대 추가 구매 계약(약 7억 달러)을 체결했으며, 한국 정부 지원 차입금을 성실히 상환한 실적을 인정받아 2027~2029년 KF-21 도입 요청이 타당성을 얻었다.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임에도 계약 이행 신뢰도에 따라 협력 구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필리핀은 재정 규모가 인도네시아보다 작지만 약속을 지키는 신뢰성으로 한국의 우선 협력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인도네시아는 프로토타입 제공 제외 등 실질적 불이익을 받으며 향후 기술 이전과 생산 약속 관리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방위산업 수출에서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급망 독립으로 가는 한국의 생존 전략

KF-21 / 출처 : 뉴스1

인도네시아 사태는 한국 방위산업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지만, 동시에 독자 생존 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2026년 국방부 예산에 860억원(약 6,200만 달러)을 편성해 KF-21용 자체 엔진 국산화에 본격 착수했다.

2027년부터 2040년까지 총 34억 달러 규모의 첨단 항공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목표 사양은 군사 추력 16,000 lbf, 애프터버너 시 약 24,000 lbf다.

현재 미국 GE의 F414-GE-400K 엔진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독립시켜 수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엔진 국산화는 KF-21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미래 군사 기술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다.

인도네시아의 불성실한 파트너십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방위 독립성 강화를 앞당긴 셈이다.

KF-21 / 출처 : 뉴스1

2030년대 중반 엔진 국산화가 완료되면 KF-21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진정한 수출형 전투기로 거듭날 전망이다.

KF-21 사업은 이제 국제 공동개발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독자 생존의 필요성을 동시에 경험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삭감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지만, 장기적으로는 방위산업의 자립성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선택적 협력, 그리고 핵심 기술의 완전한 국산화라는 두 축이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