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도착, 시동 '뚝' 끄면 벌어지는 참사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고속도로를 한두 시간 신나게 달렸습니다. 화장실이 급해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끕니다.

"요즘 차는 좋아져서 괜찮아"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당신이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동안, 당신 차의 엔진룸 속에서는 500만 원짜리 핵심 부품이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터보차저(과급기)' 이야기입니다. 요즘 나오는 아반떼, 쏘나타, 쏘렌토 등 대부분의 국산차에는 이 '터보'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1분당 '20만 번' 회전하는 쇳덩이... 터보의 뜨거운 비명

터보차저는 엔진이 내뿜는 뜨거운 배기가스의 힘으로 바람개비(터빈)를 돌려, 엔진 안으로 공기를 억지로 구겨 넣는 장치입니다. 덕분에 작은 엔진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터보가 작동할 때의 환경이 '지옥'과 같다는 점입니다. 고속 주행 중 터보의 터빈은 1분당 무려 '20만 번(200,000 RPM)' 이상 초고속으로 회전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열은 섭씨 900도에 육박합니다. 쇳덩이가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의 엄청난 고열입니다.
이 엄청난 회전과 열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보호막은 바로 '엔진오일'입니다. 엔진이 돌아가는 동안 오일 펌프가 계속해서 신선한 오일을 터보 베어링 쪽으로 보내 열을 식히고 윤활을 해줍니다.
엔진오일이 '본드'처럼 굳어버린다... '고착'의 공포

그런데 900도로 달아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시동을 '뚝' 꺼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엔진이 멈추니 오일 펌프도 즉시 멈춥니다. 터보로 가는 오일 공급이 그 순간 '차단'됩니다.
하지만 1분에 20만 번 돌던 터빈은 관성 때문에 한동안 계속 회전합니다. '오일 없이' 맨몸으로 도는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터보 안에 남아있던 소량의 엔진오일입니다. 900도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에서 오일 흐름이 멈추면, 그 자리에 고인 오일은 프라이팬 위의 식용유처럼 '타버립니다'.
타버린 오일은 끈적끈적한 '찌꺼기(슬러지)'가 되어 터보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에 '본드'처럼 달라붙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베어링이 꽉 끼어 움직이지 않는 '고착' 현상이 발생합니다.
터보가 고장 나면 차는 출력이 뚝 떨어져 언덕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머플러에서는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수리비는 국산차 기준 최소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입차는 500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
시동 끄기 전 '1분', 500만 원을 버는 골든타임

이 참사를 막는 방법은 '후열'입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주행 후 휴게소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주차 후 바로 시동을 끄지 말고 '약 1분에서 2분' 정도만 공회전 상태로 기다려주세요.
이 시간 동안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순환하면서 900도까지 치솟았던 터보의 열을 서서히 식혀줍니다.
만약 1분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하다면, 목적지 도착 3~5분 전부터는 과속을 멈추고 시속 80km 정도로 '정속 주행'을 하며 서서히 열을 식히는 '주행 후열'을 하면 됩니다.
도착 후 딱 1분의 여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한두 개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의 차를 500만 원짜리 고장으로부터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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