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그룹의 오너4세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룹 차원의 제약바이오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지주회사 대표이사라는 위치를 통해 관리·통제 구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형적인 오너 승계 구조와 구별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사업성과가 본격화될 경우 현재의 간접지배 형식은 책임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싸고 투자자와 시장의 추가 설명이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없이 지주사 체계 기반 관리
2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전략 방향과 주요 판단은 이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형식상 지분구조만 보면 이 부회장의 법적 지배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이는 지주회사 체계를 통한 관리·통제 구조에 기반한 영향력 행사다. 이사회 구성, 사업전략 수립, 투자 기조 등에서 지주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직접적인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각각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양사의 지분을 각각 324만1600주(26.09%), 653만5772주(39.27%)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웅열 명예회장이다. 승계 국면에서 지분 이전을 뒤로 미룬 선택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이 부회장이 지분 확대 대신 경영구조로 승계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방식을 택했다고 본다. 이 부회장이 택한 경로가 기존 제약바이오 업계의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일례로 종근당그룹과 JW그룹에서도 각각 오너3세와 오너4세의 승계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지배력을 명문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주원 종근당 상무는 종근당 지분을 2017년 13만5000주(1.43%)에서 20만4813주(1.48%)까지, 이기환 JW중외제약 디렉터는 JW중외제약 지분을 2017년 11만9024주(0.57%)에서 14만2160주(0.58%)까지 늘렸다. 같은 기간 이 디렉터의 JW홀딩스 지분은 154만5534주(2.5%)에서 323만6356주(4.38%)까지 확대됐다. 지분 없이 지주사 대표 겸 사내이사로 전사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지배 방식의 배경으로는 제약바이오 계열이 그룹 내에서 아직 구조 확정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재허가 및 사업 정상화라는 단계를 통과 중이고, 코오롱티슈진 역시 임상3상 결과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 이전이나 승계 구조를 선제적으로 고정할 경우, 향후 성과에 따른 책임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성과 국면에서 드러날 책임 구조
이 부회장의 바이오 지배 방식의 관건으로는 '관리 가능한 단계에 머물 수 있느냐'가 지목된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모두 임상·사업의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와 자금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단계에 놓여 있다. 향후 성과가 가시화될수록 지금의 지배방식이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배분 측면에서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으로는 '경영판단의 법적·제도적 책임 귀속'이 거론된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요 전략은 지주사 중심으로 설계되지만, 법적 책임은 각 법인의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귀속된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로서 그룹 차원의 방향 설정에 관여하지만 개별 회사의 의사결정 책임자로는 등재돼 있지 않다.
'투자·자금 판단의 정당성 문제'도 과제로 언급된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모두 추가 연구개발(R&D) 투자나 증자 가능성이 상존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주사 차원의 판단이 반복될수록 해당 결정이 개별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그룹 전략 차원의 판단인지에 대한 검증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특히 외부 자금조달이나 지분 희석이 동반될 경우 현재의 지배구조는 투자자 설득 과정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계열의 사업성과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지배구조 정리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상 성공이나 상업화 진전으로 기업가치가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국면에서는 의사결정 주체와 책임 구조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외부 주주·투자자·기관 등의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이들에 대한 설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이 부회장이 지주사 사내이사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코오롱티슈진의 최대주주인 ㈜코오롱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면서도 "바이오 사업의 구체적인 사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바이오 사업의 경영은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하지만 유상증자 참여 등에 대한 결정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의 의견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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