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뉴 EV플랜]④ 잠시 멈춘 수소사업, 日 도요타와 손잡고 살리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간 수소협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를 계기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자동차 라인업 확대 대신 수소에너지 강화를 위한 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FCEV) 관련 사업은 사실상 정체됐다. 2021년 기존 넥쏘에 한정됐던 승용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스타리아와 제네시스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재 이 계획은 취소됐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 현장에서 “제네시스 수소전기차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현대차는 켄 라미레즈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장(부사장)을 CEO 인베스터데이에 등장시켜 수소에너지 기술 강화를 목적으로 한 ‘에너지모빌라이저’ 전략을 내세웠다. 자체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또 트램, 선박, 경비행기 등에 다양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강조했다.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현대차가 내세운 수소 전략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당시 전기차 화재 등 사회적 이슈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참석한 투자자들이 현대차가 새롭게 발표한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에 대한 질문에 집중하자 장 사장은 “수소와 관련된 질문은 혹시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기대를 모았던 제네시스 수소전기차 개발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수소가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4일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한 오가와 데쓰오 도요타 북미법인 대표는 "현대차와 수소, 자율주행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사진=최지원 기자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4일 후원한 한미일 경제대화에 현대차뿐 아니라 도요타 임원진도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가 커졌다. 이 행사에 참가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은 “인베스터데이 때 장 사장이 발표했던 의제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고 오가와 데쓰오 도요타 북미법인 대표는 “현대차와 수소,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최근 북미법인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기고 기존 캘리포니아 북미법인 본사 건물을 수소 연구 기지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차는 이번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전략적 무역 및 투자’ ‘바이오 보안’ ‘에너지 협력’ 등의 의제가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업계는 정 회장이 이 자리에서 수소에너지 협력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 회장과 도요타 임원진 간 별도 미팅이 예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진 만큼 양사 간 협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판매는 저조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의 올 1~8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214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4% 감소했다. 도요타 수소전기차인 미라이의 경우 1~8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분의1가량 대폭 줄어든 316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내년 5월 신형 넥쏘를 출하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