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는 단순한 메달 경쟁 그 이상의 무대다. 한때 같은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의 영광을 나눴던 황대헌과 린샤오쥔이 이제는 서로의 심장을 겨누는 적으로 마주했다. 13일 열리는 준준결승에서 두 사람은 일단 조가 갈렸으나 준결승 이후부터는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가 예고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린샤오쥔의 입지는 예상보다 훨씬 위태롭다.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나선 첫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결정적인 순간 조국 중국으로부터 외면받는 굴욕적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냉혹한 손절? 린샤오쥔을 지운 밀라노의 미스터리
대회 초반 린샤오쥔을 둘러싼 공기는 심상치 않다. 가장 확실한 메달권이었던 지난 10일 혼성 2000m 계주에서 중국 코칭스태프는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내렸다. 예선에서 팀을 이끈 에이스 린샤오쥔을 준결승과 결승 라인업에서 전격 제외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 여파와 컨디션 난조였지만 현지에서는 린샤오쥔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연맹 월드투어에서 유독 잦았던 린샤오쥔의 반칙 실격 이력이 국제 심판진의 타깃이 될까 우려한 중국 측이 그를 벤치로 밀어냈다는 분석이다. 결국 린샤오쥔이 빠진 중국은 결승에서 4위에 그치며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고 중국 매체들은 에이스를 숨긴 대가치고는 너무 처참하다며 코칭스태프를 맹비난하고 있다.
린샤오쥔에게 밀라노는 8년의 기다림 끝에 선 간절한 무대다. 목 뒤에 오륜기 문신까지 새기며 이제 나는 중국인이라고 울먹였던 그가 정작 중요한 레이스에서 배제되는 모습은 귀화 선수의 불안정한 입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9년 그날의 바지가 바꾼 두 남자의 8년
두 사람의 악연은 2019년 진천선수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벽 등반 훈련 중 린샤오쥔이 황대헌의 바지를 내리는 장난을 쳤고 황대헌이 이를 성적 수치심으로 신고하며 비극은 시작됐다. 린샤오쥔은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뛸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며 돌연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법정 싸움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1심은 유죄였으나 2심과 대법원은 동료 사이의 장난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린샤오쥔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법적으로는 결백을 증명했지만 이미 국적을 바꾼 뒤였고 한국 팬들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반면 황대헌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에이스 반열에 올랐으나 이후 박지원 등 동료 선수들과의 연이은 충돌로 팀킬 논란의 중심에 서며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 두 사람 모두 실력은 정점이지만 인성 논란과 구설수라는 공통된 꼬리표를 단 채 이번 대회에 나선 셈이다.

1000m 단 한 명만 웃는 외나무다리 승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혼성 계주에서 린샤오쥔은 벤치를 지켰고 황대헌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전 1000m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린샤오쥔은 팀 내 불신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고 황대헌은 자신을 향한 비우호적인 시선을 실력으로 잠재워야 한다. 한때는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동료에서 이제는 서로를 밀어내야만 생존하는 빙판 위의 사투다.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아 웃게 될 자가 누구일지 곧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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