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반도체 겨울’ 재차 주장… “감산해야 상황 바뀐다”

권오은 기자 2024. 10. 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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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만으로 전체 D램 가격 못 올라”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댕겼던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다시 한번 반도체 업황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만으로 업황이 나아지기 어렵다고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선제적으로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주장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투자의견 하향 관련 질의응답(FAQ on Memory Downgrade)’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킴 연구원이 지난달 15일 제시한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 보고서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의 후속편 성격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킴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들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그 영향으로 두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었다.

킴 연구원은 최신 보고서에서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과거와 달리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들어설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다시 반박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공포(업황 바닥)에 사서 과대광고(업황 정점)일 때 파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업황이 정점에 가까워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HBM만으로 전체 D램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하도록 하지는 못한다”며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Upside)이 없다”고 했다.

킴 연구원의 논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는 7개 분기째 이어졌는데, 보통 호황기가 6~8개 분기면 끝나곤 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HBM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서 범용 D램 수급이 빡빡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PC나 스마트폰용 수요가 부진해 더는 같은 서사 구조(Narrative)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내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범용 D램 재고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킴 연구원은 이런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D램 가격이 추가로 오를 확률은 매우 낮고, 모바일용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에 잘해봐야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2025년에 제조할 HBM도 다 팔릴 만큼 공급 부족 현상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숀 킴 연구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5세대 HBM(HBM3E) 시장에 진입하는 지가 가장 큰 변수인데 어느 경우의 수로 봐도 가격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모건스탠리는 기본적으로 2025년 HBM 공급이 250억기가바이트(GB)로 수요(237억GB)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2025년 1분기에 엔비디아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면 삼성전자가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장기적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넘지 못할 경우 범용 D램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HBM 납품 가격에 경쟁이 붙으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고, 반대의 경우엔 범용 D램 공급이 늘어 가격이 꺾일 수 있다는 취지다.

킴 연구원은 “선제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줄여야 업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감산이 반도체 과잉 공급 기간을 줄이고 고객사의 행동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선 2025년 (HBM을 활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점점 더 커지면 (반도체 업황에 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HBM 용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두고서도 반박 목소리가 나온다. 모건스탠리가 HBM 업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만 TSMC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것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엇갈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범용 D램과 HBM으로 나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35분 기준 5만94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49%(900원) 내렸다. 오전 장 중 5만8900원까지 밀리며 1년 중 최저가를 찍었다. 이와 달리 HBM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는 같은 시각 4.44%(7900원) 상승한 18만5900원이다. 2거래일 만에 18만원 선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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