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與 내분? "당 지지율까지 떨어져" vs "한동훈의 훈수정치"

한예섭 기자 2024. 9. 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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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 두고…서범수 "정부 한발 물러서야" vs 추경호 "벌써 물러난 것"

의료대란 여파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책임소재를 두고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가 또 한번 의견차를 드러냈다. 친한계는정부 책임론을 내세워 "모든 분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 대통령과 여당 대표 지지율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에선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섣부른 차별화", "훈수정치"라고 비판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두고 '정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친한계와 '정부는 이미 물러났다'는 친윤계가 대치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2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와 관련 "추석에 의료대란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었다"며 "의료개혁을 해야 한다는 명분과 정당성이 분명히 있지만, 진행 과정에서 세련되지 못하고 거칠게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두려움과 불만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국민들의 우려가 (지지율에) 반영"됐다며 "모든 분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 대통령과 여당 대표 지지율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두고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갈등에 대해선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찰떡궁합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견들이 노출되면서 그 부분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와 불만 같은 것들이 반영됐다"면서도 "그게 지금 현재 좀 힘들기는 하지만 건강한 당정 관계를 되찾아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서 수직적 관계로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저희는 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답보상태에 놓인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관련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는 지금 2025년 부분에 대해서는 안 되고, 책임자 문책도 있을 수 없다는 그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사실 중간에 끼어 있는 저희들은 대통령실이나 정부 그리고 야당 모두를 이렇게 끌어들여야 되는 그런 입장"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친윤계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성을 두둔, 여야의정 중재자를 자처하는 한 대표를 겨냥 "훈수정치가 당 지도부의 본연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정갈등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데 불편해지는 게 싫다고 편을 들어야 하나"라고 말했는데, 강 의원은 이를 두고 "대통령은 그러면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지금 하시는 일이 민심과 동떨어진다고 단정짓는 것은 한동훈 대표의 시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국민의힘 전체의 시각일 수는 없다"며 "저희는 오히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당과 용산 대통령실이 서로 보조를 맞추면서 차별화된 솔루션이라도 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한 대표를 겨냥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용산과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신뢰있는 대화가 있고 소통이 있어야 된다"며 "한 대표나 지금 지도부가 우리 국민의힘 원내 의원들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소통하고 있나. 저도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또 한 대표를 겨냥해 "현재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 속에서 섣부른 차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또 "'용산은 이것이 민심이니까 받아들여라', '이거 아니면 안 된다'하는 것이 당정회의인가, 그렇지 않다"며 "당정회의는 통보가 아니다", "여당의 리더들은 분명히 거기에 어떤 성공 어프로치를 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논평을 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한 대표가 의료대란 사안에 있어서 윤 대통령과의 입장을 좁히지 못할 시 이는 "훈수정치"라는 부정평가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두고는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정부책임론과 정부옹호론이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의 사태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 대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단 걸 모두 잘 알 것"이라며 "정부도 의료계도 다 같이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얽힌 실타래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그동안 정부도 의료계도 서로에게 불신과 불만이 쌓여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더는 이렇게 평행선을 달릴 순 없다. 하루 빨리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해 모든 의제를 놓고 함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한발 물러서라는 당내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정부는 의료계에) '이제 대화의 틀로 나오시라, 그래서 원점에서 우리가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벌써 한발 물러선 자세에서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6년 의대정원에 대해선 '원점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2025년 의대정원 재논의를 협의 테이블에 놓을 것인지 여부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의료사태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및 인사조치 여부 등을 두고 의료계와 대립하고 있다. 서 총장이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반면, 추 원내대표는 '정부는 이미 물러선 것'이라고 강조해 정부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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