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살고 죽는가? 서울특별시 편
나종익의 지방소멸리포트 (9)
서울특별시는 지방소멸리포트에서 다루기에 조금은 어색한 곳이다. 심각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 과연 앞날은 어떨까.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서울특별시는 계속해서 ‘특별한 시’로 남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앞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저녁 10시 이후 친구와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일 수 없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쪼록 8월의 지방소멸리포트는 서울특별시이다.
글 자료 나종익(주식회사 코드랩리얼티 대표이사)
지난 5년 간 토지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부동산 불패의 신화로 여겨지는 곳은 서울의 강남구일까 서초구일까. 아니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강동구일까 혹은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간 용산구일까.
정답은 의외로 강서구였다. 그동안 김포공항이 위치한 곳으로 잘 알려진 강서구는 마곡지구가 개발되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경험 중이다. 지난 2007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마곡도시개발사업은 강서구를 완벽하게 다른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마곡지구는 서울특별시 내의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지로 남았던 곳으로 총 개발 면적은 약 100만 평 가량 된다. 약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공급됐고 LG그룹 컨소시엄이 R&D센터를 마곡에 집중시키면서 주거와 업무 시설이 함께 공존하는 자족형 신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두 번째는 송파구였다. 송파구는 서울특별시의 25개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2010년에 68만 명까지 늘어났던 송파구의 인구는 2024년 4월 기준 약 65만 명 정도로 줄기는 했지만 마천동과 거여동 지역에 뉴타운이 들어오면서 최근에는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마천동은 마천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던 지역이고, 거여동은 위례신도시의 일부가 들어서면서 주거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뉴타운과 신도시가 교차하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상당히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은평구였다. 과거 은평구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지만 은평뉴타운, 수색증산뉴타운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도심재정비사업을 거쳐 서울특별시의 대표적인 주거단지로 변모 중인 곳이다. 은평뉴타운은 마곡지구와 유사하게 업무시설이 많이 들어가면서 자족형 뉴타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방행정타운, 롯데몰 등 각종 인프라가 뉴타운 내로 들어서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듯하다. 수색증산뉴타운의 경우 상암동 DMC와 인접해 있다는 장점 덕분에 많은 토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네 번째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1번가’로 불리는 강남구였다. 강남구의 토지거래 양상은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주거시장은 개포동, 상업시장은 영동대로 인근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 개포택지개발지구에 위치했던 개포동의 9개 주공단지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들이 많아서 서민들이 많이 살던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테헤란로 이남 지역의 대장 아파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강남의 중심은 과거 강남대로에서 최근에는 영동대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대변하듯 영동대로에 들어설 예정인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의 토지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약 2만 4,000평)를 10조 5,500억 원에 매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영동대로 인근에 본사를 짓는 계획이 계속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GTX,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면 이 지역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구로구였다. 구로구는 과거 가발공장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2000년대부터 조성되면서 이 지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산업센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구로구의 토지 거래가 많았던 용도지역을 보면 타 지역과 다르게 공업지역(24.6%)의 비중이 높아 흥미롭다. 지난 2021년 국내 최대 게임회사 중의 하나인 넷마블의 본사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가 만나는 지점에 들어섰다. 넷마블 본사를 중심으로 만민중앙교회 자리 등에 새로운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거래가 많았던 지역이 지가상승률도 높았을까
서울특별시에서 지가가 많이 상승했던 지역은 역시 강남구(18.9%)였다. 강남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로 인식된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낮을수록 상승률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구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강남지역을 대체할 지역이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강남구에서도 지가상승 폭이 가장 높았던 곳은 삼성동(23.0%)이었다. 삼성동은 강남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영동대로에서도 가장 핫한 부분을 품은 곳이다.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오고 GTX 등이 순차적으로 개통되면 삼성동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역삼동(21.1%)이었다. 역삼동은 동쪽으로는 삼성동과 서쪽으로는 강남대로와 접하고 있는 곳으로, 지하철 2호선의 강남역·역삼역·선릉역 벨트 특성상 앞으로도 삼성동과 함께 강남의 중심으로 우뚝 솟을 것이다.
2위는 성동구(18.4%)였다. 과거 왕십리, 성수동의 신발공장이 상징이었던 성동구는 오늘날 강남과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까지 성장했다. 물론 아파트의 경우는 다르지만 상업용 지가의 경우 강남의 일부 지역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에서는 성수동2가(33.9%)와 성수동1가(33.3%)의 지가 상승률이 폭발적이었다. 2010년대 이후 여러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기존의 공장을 리뉴얼해 카페, 맛집이나 미술관 등으로 재개관하면서 소위 ‘힙’한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또한 한강변을 따라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서울 포레스트 등 강남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여러 지식산업센터 등이 이전하면서 주거와 업무 그리고 여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성장했다.
3위는 서초구(17.5%)였다. 서초구는 법조단지, 서울교육대학교, 고속터미널 등 주요 시설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강남구와 함께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으로 인식된다. 특히 방배동(18.9%)과 서초동(18.2%)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방배동은 2019년 서리풀터널이 개통되면서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기존에 방배동에서 서초동으로 갈 경우 15분 이상이 소요됐지만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3분 이내에 서초동까지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4위는 송파구(16.5%)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천동(20.8%)과 거여동(19.5%)의 상승률이 상당히 높았다. 거여마천뉴타운은 마천동과 거여동의 지가 상승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거여마천 지역은 강남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하남 감일지구 등 신도시나 대단위 택지개발지구 등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우수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선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마천역은 위례신사선이 지나가는 역으로 탈바꿈할 예정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이다.
5위는 용산구(15.9%)였다. 용산구에서는 한강로(19.2%)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다. 한강로 일대는 용산역이 위치하는데 용산역 광장 쪽으로 래미안용산더센트럴과 용산푸르지오써밋 등이 들어오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한강대로 건너편으로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하이브뮤직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로의 유입이 상당히 늘어났다. 2022년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녹사평과 삼각지 일대의 토지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인구소멸 시계가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곳은 어디일까
서울특별시에서 가장 소멸시계가 늦게 작동하는 곳은 어디일까. 1위는 홍대입구가 있는 마포구(1.27)였다. 마포구는 범위가 상당히 넓으며 젊은 층들이 많이 거주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췄다. 상암동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있어서 IT 및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이 몰려 있으며 마포구의 중앙인 합정동, 망원동, 서교동, 동교동, 연남동 등에는 젊은 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쪽에 위치한 마포-공덕 업무지구에는 수많은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몰려 있기도 하다.
2위는 관악구(1.20)였다. 관악구는 예로부터 1인 가구가 많았던 지역이다. 지난 2022년 SK텔레콤이 발표한 서울특별시 1인 가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1인 가구 수가 많은 행정동 TOP 5 중에 3위(청룡동)와 4위(신림동)가 바로 관악구에 위치했다. 특히 관악구의 1인 가구 비율은 2023년 61.6%로 절반이 넘는 구민들이 혼자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로부터 고시촌이 위치했던 지역이 관악구였는데 고시가 많이 없어진 요즘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취업한 이들이 고시생들이 거주하던 곳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3위는 광진구였다. 광진구 역시 1인 가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곳 중의 하나이다. 광진구에는 총 1인 가구가 8만 5,000가구 정도 있는데, 이는 전체 가구 수의 50% 수준이다. 또한 광진구는 전통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도 멀지 않으며, 요즘 젊은 층들에게 핫한 성동구와는 인접하기 때문에 이들의 주거지로 많이 선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4위는 영등포구였다. 영등포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멸지수가 느리게 떨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신길뉴타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길뉴타운은 2005년부터 계획됐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야 마무리가 돼 가고 있다. 이 지역의 재개발 단지들은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했으며 모든 개발은 2030년을 넘어야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신길뉴타운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개발사업 지역으로 향후 여의도, 강남, 구로, 가산 등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로 사랑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5위는 송파구였다. 송파구는 앞서 설명한 대로 대규모 뉴타운과 위례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파구는 2023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자연 증가’(출생자-사망자)가 301명으로, 소멸시계가 늦게 흐르는 자치구 5곳 중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23년 송파구 출생아 수는 3,114명으로 서울시 1위였으며,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도 4,749명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많았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이가 서울특별시의 미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한다. 서울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길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다만, 몇 가지의 주제를 놓고 서울특별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과거의 영광 꿈꾸는 CBD 서울의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는 종로구와 중구이다. 종로구와 중구에는 지금도 많은 업무지구가 있지만 금융은 여의도에, 다른 업무시설은 강남에 자리를 많이 내주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도심지에 가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결국에는 돈을 잘 쓰는 계층들이 많아야 지역이 살아날 수 있는데 아주 감사하게도 2010년대 중반부터 익선동에 ‘힙’한 레스토랑과 바,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층들이 많이 찾게 됐다. 몇 년 전부터는 을지로도 변신을 꾀하면서 ‘힙지로’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작게나마 재생의 움직임을 보이는 종로와 중구의 미래, 기대해도 좋을까.
재건축 이슈 서울의 여러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의 최근 이슈는 재건축이다. 강남 지역에서는 이미 개포지구의 절반이 재건축으로 입주를 했고 몇몇 단지들은 이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강서 지역에서는 양천구 목동의 신시가지 단지들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대부분의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일부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빠르면 2030년대 초반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북 지역에서는 노원 주공아파트단지와 월계동 미미삼(미륭, 미성, 삼호)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개포동이나 목동에 비해 재건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사비와 분담금인데 노원 지역 아파트의 분담금 총액이 현재의 실거래가와 맞먹는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재건축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GTX 유입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 정부가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GTX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동탄-수서가 개통했는데 삼성까지 이어진다면 그 파급력은 지금보다 더욱 클 것이다. GTX가 들어서면 서울은 물론 GTX가 출발하는 경기도의 각 지역에까지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삼성역, 광운대역, 연신내역 등지의 인접지가, 서울 외에서는 동탄, 운정, 오산, 평택, 천안아산 등이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교통수단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많은 인구가 경기도로 빠지며 서울시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물론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이 잘나서가 아니라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나라에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수도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난관을 잘 헤쳐 나가는 서울특별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