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버렸다" 기아 EV2, 버섯·아마섬유로 만든 전기 SUV 인테리어

조회 2752025. 4. 10. 수정
EV2 콘셉트 인테리어

자동차 인테리어는 지금, 전환의 한가운데 있다. 단순한 감성 품질이나 고급소재의 대체재가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지속 가능성 자체가 새로운 디자인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기아가 'EV 데이'를 통해 공개한 콘셉트 EV2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버섯과 식물섬유로 만든 전기 SUV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제시했다.

글 이승용

기아 EV2 콘셉트카

콘셉트 EV2는 단순한 쇼카 이상의 존재다. 스위스의 클린테크 기업 비콤프(Bcomp), 미국 바이오 기반 소재 전문 업체 심플리파이버(Simplifyber), 불가리아의 소재 디자인 기업 바이오마이크(Biomyc) 등과 협업해 내장재 전반에 걸쳐 바이오 기반 신소재를 적용했고, 이를 실제 생산 가능한 형태로 구현했다. 기아는 이 모델을 통해 전기 SUV의 미래가 경량화·친환경성·디자인 완성도를 모두 갖춘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플락스 섬유의 재해석 – 비콤프 앰플리텍스™

기아는 비콤프와의 협업을 통해 콘셉트 EV2의 뒷좌석 셸과 앞좌석 구조물에 앰플리텍스(ampliTex™) 소재를 적용했다. 앰플리텍스는 아마섬유(플락스)를 원료로 만든 천연 복합소재로, 기존 합성수지 대비 강도는 물론이고 무게, 탄성, 내열성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기아 유럽 디자인센터(CMF)팀과의 공동 작업으로 맞춤형 다크 블루 컬러를 구현해 시각적 완성도까지 끌어올렸다.

이 소재는 단순히 '지속 가능하다'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명이 끝난 뒤 재활용이 가능하고, 컴파운드 펠릿으로 가공해 재활용이 가능한 완전한 순환 시스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단순 대체재를 넘어서는 새로운 재료 철학이 엿보인다.

셀룰로오스가 만든 패널 – 심플리파이버 파이브론™

기아는 심플리파이버와 손잡고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셀룰로오스 기반 소재인 **파이브론(Fybron™)**은 목재 펄프, 라이오셀, 재활용 섬유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지며, 섬유를 짜지 않고 액상 상태에서 곧바로 성형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는 기존 공정보다 오프컷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동일 라인에서 부드럽고 유연한 부품과 단단한 구조물이 함께 만들어질 수 있어 제조 효율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 파이브론 소재는 56% 셀룰로오스(목재 펄프 31%, 라이오셀 25%), 21% 천연 라텍스, 12% 바이오 기반 결합제, 11% 합성섬유로 구성되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 소재 공장에서 생산된다.

균사체가 만든 조형 – 바이오마이크 마이셀리움 프로젝트

콘셉트 EV2의 실내에서 가장 이색적인 구성 요소는 바이오마이크가 제작한 마이셀리움(균사체) 기반 인슐레이션 및 디자인 구조물이다. 대마 섬유와 마이셀리움을 함께 성형한 이 부품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절연 기능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바이오마이크는 기아가 요구한 팬톤 색상에 맞춘 컬러 착색 기술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친환경 도료 및 첨가제 180종을 실험해 색상 조정이 가능한 생체 소재 활용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모든 실험 결과는 기아 디자인팀을 위한 내부 아카이브로 정리되어 향후 대량생산 모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SUV의 미래는 생태계 안에 있다

콘셉트 EV2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모델이 아니다. 버섯, 아마섬유, 셀룰로오스 등 자연에서 유래한 소재를 전기 SUV의 실내 전반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구조적 강도, 색상 재현성, 디자인 감성까지 아우른 최초의 프로젝트다.

기아가 EV2에서 보여준 비전은 분명하다. 전기차의 미래는 단지 배출가스 제로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료의 선택에서 시작되는 책임감 있는 디자인, 그것이 모빌리티 진화의 다음 챕터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