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에게 듣다] 김형진 NH투자證 상무 "주선 넘어 직접 공급자로"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김형진 상무. /사진 제공=NH투자증권

"종합투자계좌(IMA) 등장으로 증권사는 단순 주선을 넘어 직접적인 자본 공급자로 확장할 것."

김형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올해 투자은행(IB) 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구조적 전환점에 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중견기업에게는 증권사가 더욱 의미 있는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복상장 규제로 기업공개(IPO) 시장 변화에도 주목했다. 누가 이를 빨리 중소·중견기업을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NH투자증권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제도 변화의 세부 내용을 적시에 전달하고 차질 없는 IPO 일정과 맞춤형 전략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IB 딜 트렌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대기업 계열사의 중복상장이 어려워지면서 그간 검토했던 대형 IPO 딜이 재검토에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IPO 시장의 핵심 먹거리였던 대기업 계열사의 증시 상장이 주춤해지면서 업계 전반에서 중소·중견기업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인공지능(AI) △로봇 △방산 등의 기업을 중심으로 딜 발굴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IB 시장의 키워드를 3개만 꼽는다면?

△첫째는 경쟁 심화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순유입된 자금이 7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음에도 IPO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 중점심사 제도의 도입 등으로 주식발행(ECM) 시장도 조금 침체하는 분위기다. 중동 전쟁을 비롯한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발행 시점을 저울질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이런 시장환경 속에서 딜 수임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모험자본 투자확대다. 과거 IB의 역할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리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업과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전략적 동반자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발행어음, IMA 기반의 자본 활용 비즈니스 확대다. 올해 IB 시장에서 가장 구조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IMA 제도의 도입이다. 증권사가 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투자와 중견기업 대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 의존도가 대기업 대비 월등히 높다.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소,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IMA는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중견기업에게는 증권사가 더욱 의미 있는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다. 현재 증권사 IB의 역할은 단순 주선을 넘어 직접적인 자본 공급자로 확장되는 구조적 전환점에 와 있다.

-올해 IB 부문 전략은 무엇인가?

△업계 1위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채권자본시장(DCM)·ECM 리그테이블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공개매수와 메자닌, 자문 등 고부가가치 딜의 비중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IPO 시장의 굵직한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고객사 밀착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와 코너스톤 제도 도입 등 최근 잇따른 정책 개편 가능성이 발행사들의 상장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변화될 규제·제도 변화의 세부 내용을 적시에 전달하고 차질 없는 IPO 일정과 맞춤형 전략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울러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AI △로보틱스 △바이오 △K-컬처 등 신성장 산업군을 핵심 영업 타깃으로 삼아 파이프라인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순위 경쟁보다 발행사의 산업적 가치와 성장 스토리를 시장에 제대로 전달하는 풀 커버리지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상장 난이도가 높았던 케이뱅크의 성공적인 상장 완주를 시작으로 주관을 맡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책임의 무게를 싣는 NH투자증권만의 철학으로 IPO 명가의 저력을 증명하겠다.

-경쟁사 대비 강점은 무엇인가?

△NH투자증권의 강점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회사채를 비롯해 △유상증자 △공개매수 △IPO △인수합병 △지배구조 개편까지 기업의 금융 니즈 전반을 커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점이 두드러지는 영역은 커버리지와 인수금융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 등 DCM 전 영역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대형사로서의 자본력과 넓은 기관 네트워크 덕분에 발행사가 원하는 조건과 시점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지고 있고 인수금융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증명해왔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IB 딜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여러 딜 중 최근으로 한정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2조9000억원 규모로 진행했으며 이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초대형 딜로, 방산 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자금조달을 NH투자증권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의 경우 동사는 글로벌 톱티어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의 CDMO 사업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도하던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의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이 과정에서 인적분할 업무를 자문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시장에서도 본 딜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이어지며 분할 전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주가상승을 보였다.

-글로벌 IB와의 경쟁에서 국내 증권사의 한계와 기회는?

△IB는 사람 중심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인력의 질과 양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글로벌 풀서비스 IB와의 체급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또한 수십 년에 걸쳐 여러 경기 사이클을 경험하며 다양한 섹터의 기업 및 스폰서들과 축적해온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의 딜 실행력과 확실성,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기회를 찾아가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 있어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검증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적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다양한 트랜치에 걸쳐 투자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NH투자증권은 단순 자본 투입에 그치지 않고 △자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투자회수 과정에서의 매각 자문 및 IPO 주관 등 후속 딜로 연결하는 교차수익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하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조직 내에 체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시스템화해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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