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못 받는 돈 '사상 최대' 왜?

손유지 2026. 5. 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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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고금리 직격탄, 자영업 부실 3조 육박
폐업 100만 시대, 은행 추정손실도 폭증
빚으로 버틴 상권, 더는 버티기 어려워져
4대 금융 건전성 경고등...PF 부실까지 확산

[지데일리] 고금리가 2년 넘게 이어지며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보유 여신 가운데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대출 채권(추정손실)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고금리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4대 금융그룹의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대출 채권이 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 증가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며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픽사베이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2조8325억원)보다 5.8%, 직전 분기(2조5656억원)보다 16.8% 급증한 수치로, 고금리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부채 폭발의 뒷수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4대 금융그룹의 추정손실 규모는 2조9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 내부에서 가장 낮은 건전성 등급으로, 1년 이상 연체되거나 파산·청산 절차가 진행되며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출을 의미한다. 

KB금융은 6346억원에서 8072억원으로, 하나금융은 3860억원에서 5030억원으로, 우리금융은 7350억원에서 826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신한지주만 1조769억원에서 8601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부실채권 증가세가 총여신(1800조원대) 증가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경고등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못 받는 돈’ 급증은 단순 금융 통계가 아니라,올해 기준 자영업계에서 매일 수천 개 가게가 사라지는 현실과 맞물려 읽어야 한다. 

국세청 통계를 기준으로 2024년에만 폐업 신고 사업자가 100만8282명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폐업 100만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일자리재단 분석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폐업 건수도 100만 건을 넘어서며 소매·음식점 업종 중심으로 문 닫는 점포가 쏟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 대출 규모는 2020년 1분기 701조원에서 2025년 3분기 1072조원으로 급증했고,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에서 1.8%로 3.6배 이상 뛰었다. 

즉, 코로나19 시기 저금리와 연장된 지원 정책 덕분에 버틴 자영업자들이 금리 인상과 소비 위축 국면에 들어서자 이자 부담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 

여기에 온라인 소매 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가 겹치며, 오프라인 점포 기반 전문소매점과 생활밀착형 업종(음식점·간이주점·노래방 등)의 수요 감소가 더 큰 폭으로 나타나 자영업자의 매출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경기연구원 등은 내년에 예상되는 자영업 위기를 네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만든 ‘구조적 위기’로 해석한다. 

먼저 민간소비가 2023년 1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평균 0.9% 성장에 그치며 부진을 이어갔다. 다음으로 대면 중심 업종이 비대면·개인화 소비 패턴으로의 전환을 따라가지 못해 수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울러 인터넷 소매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기반 전문소매점 쇠퇴가 함께 진행되며 공실 상가와 폐업이 동반 증가했다. 더불어 금리 상승과 인건비·월세 등 고정비 증가로 자영업자 부채 부담이 임계점에 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미 2024년 초부터 고금리가 2년 넘게 누적된 상황에서 내수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고, 수출 회복이 내수로 돌아오지 못하는 ‘낙수 효과’ 부재까지 지적했다. 

이 틀에서 보면 내년 자영업 폐업 급증과 4대 금융의 추정손실 확대는 서로를 강화하는 ‘상승작용’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자영업자 폐업이 많아질수록 은행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무너지고, 그만큼 부실채권과 추정손실이 누적되며, 금융권의 건전성 우려는 다시 소비·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자영업·중소기업 부실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4대 금융의 추정손실 확대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고유가·고물가 장기화와 함께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PF 대출 중 상환 가능성이 뚝 떨어진 건들이 쌓이고, 이들 가운데 금융권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추정손실로 분류되고 있다. 

PF는 대개 담보가 부동산인 중소형 대출이라는 점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임대차로 연결되는 구조가 많아 PF 부실이 상권 붕괴와 상가 공실 확대를 부채질하며 폐업을 더 촉발하는 구조적 작용을 한다.

실제 올해 1분기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 전체 규모는 13조62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늘어난 수준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총여신이 약 5.7%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부실 여신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건전성 부담은 단기적으로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하나금융은 NPL 비율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는 점에서, 은행별로도 부실 취약 업종과 지역에 따라 충격이 편차를 보이며, 취약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집중된 지역에서의 금융 위축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기준 자영업자 수는 약 7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잠재적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가 300만 명 안팎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온

라인 커뮤니티와 소상공인 단체에서 공유되는 사례들을 보면, 코로나 이후 저금리로 대출을 늘렸다가 2022~2023년 금리 인상 쇼크를 겪은 후 “이자만 내고 매출은 없다”는 구조로 전락한 자영업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

들은 금융권에선 연체율 1.8%라는 숫자로만 처리되지만, 개별 가계와 사업장에서는 사업 중단과 가계파산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위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4대 금융의 추정손실 3조원은 단순 ‘은행 손실’이 아니라, 자영업 폐업과 강제 매각·상가 공실·지역 상권 약화라는 연쇄 고리의 한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는 고금리·소비 위축·온라인 유통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PF 부실과 상권 약화로 인해 부동산 가치마저 내려가면서 담보가치가 추락하는 이중 타격을 겪고 있다. 

이는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앞으로도 추가 폐업과 추가 부실채권이 더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기반을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위기가 단기 경기 조정이 아니라 “소비 구조·산업 구조·금리 환경이 모두 바뀐 구조적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창업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업종 전환과 재교육, 디지털·온라인 융합 사업 지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한다. 

동시에 금융권에는 부동산·PF·자영업 부문에 대한 건전성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과도한 연쇄 상환이 취약 자영업자를 압살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유예·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자영업 폐업 100만 시대와 4대 금융의 추정손실 3조원 돌파는 서로를 설명하는 양면의 통계다. 

'빚으로 버티던 시기'가 끝나고 고금리·내수 침체·온라인 구조 재편이라는 삼중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은행이 회수를 포기해야 하는 돈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민생·금융 이중 고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꼬여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