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거짓을 낳고···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 불기 2570년 석탄일(釋誕日) 봉축 표어다. 그렇다. 화합하지 않으면 지나간 역사가 말해 주듯 인간사 투쟁뿐이다. 며칠 전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지난 주말 서울 한 복판 종로에서 거행된 부처님오신 날 봉축행사 퍼레이드였다. 행사 압권은 로봇스님 등장이었다. 불가(佛家)에 귀의하는 사람과 똑같은 형식에 의해 수계(受戒)를 받은 법명 가비(迦悲)로봇이었다. '가비'는 기술과 자비(慈悲)의 공존 의미를 상징한다고 한다.
TV를 통해 처음 가비스님을 접하곤 황당했다. 불교에서까지 무생물 물질에게 불심(佛心)을 불어 넣는 수계를 주는 것이 가당치나 한 일인지. 하지만 '기술도 자비와 지혜, 책임감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의미를 전해 듣고 나니 이해를 넘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불교에서 수계는 삼보(三寶:佛·法·僧)에 귀의, 계율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이다. 가비의 수계식에서 불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오계(五戒)는 로봇 맞춤형이었다. 원래 오계는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사음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등이다. 이날 가비스님이 받은 오계는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다.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다.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는다.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다'라는 등으로 각색 진행됐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로봇 오계'에 가비스님은 "예.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초파일을 앞두고 있다. 불교의 오계 중 거짓에 관해 언급해본다. 가비가 받은 오계 중 4계에 '거짓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불교 논서(論書)에 '거짓말(妄語)하는 사람은 먼저 스스로 자신을 속인다. 그런 다음 남을 속여 진실을 헛된 것이라 하고 헛된 것을 진실로 삼아 진실과 헛됨을 뒤바꾸어 선법(善法:자타를 이롭게 하는 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자기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誹謗)하지 말라 했다. 나쁜 일은 자기를 향하게 하고 좋은 일은 남에게 줘야 한다. 만약 스스로 자기의 덕(德)을 드러내고 남의 좋은 일을 숨겨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비방을 받게 하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죄악, 바라이죄(波羅夷罪, 무거운 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다. 거짓말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첫째가 큰 거짓말(大妄語), 둘째가 작은 거짓말(小妄語), 셋째가 수단 거짓말(方便妄語)이다.
그러잖아도 선거철만 돌아오면 온갖 거짓과 비방만이 난무하곤 하는 것이 우리 선거 풍토다. 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상대 후보를 깎아내려 이기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거짓과 비방은 크나큰 죄악이다. 거짓 가운데 가장 무거운 죄가 대망어죄를 범하는 것이다. 대망어죄는 한번 범하면 돌이킬 수 없는 무거운 죄로 참회한다 해도 본래의 청정함을 온전히 회복하기가 극히 어렵다. 비방 또한 정도가 크면 클수록 본인 스스로 얻는 죄가 더욱 무거워 진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선한 일을 하면 선한 열매가 생기고 악한 짓을 하면 악한 열매를 맺는다(善因善果 惡因惡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미움의 인연을 짓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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