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대표 미남에서 현재는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악역 배우인 이 분

(Feel터뷰!) 영화 '휴민트'의 박해준 배우를 만나다

학창시절 한예종 다비드상으로 불리며 대표 미남 학생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의 배우 박해준은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를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최고의 악역 전문 배우라는 명성을 입증한 연기자.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으로 분한 그는,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시선과 말투만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이는 압도적인 빌런을 완성했다.

거칠고 폭력적인 악당이 아닌, 고지식하면서도 품위 있는 얼굴 뒤에 감춰진 잔인함은 박해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매특허 연기였다. 영화 개봉 후 만난 그는 스크린 속 서늘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소탈하고 담백한 모습이었지만, 연기에 대한 철학만큼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 휴민트’가 개봉 이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영화계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영화가 관객들이 극장을 다시 찾게 만드는 발판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사실 개봉 당일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실시간 연기가 아니라 이미 최선을 다해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보여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 이번에도 강렬한 악역이다. ‘황치성’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류승완 감독님이 처음 제안하실 때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하셨다. 고지식하지만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악당의 느낌을 원하셨다. 직접 액션을 가하기보다는 말끝이 칼날 같은 인물, 상대를 정중하게 대하면서도 심리를 파고드는 방식을 고민했다.

- 류승완 감독과 첫 호흡인데, 작업 방식은 어땠나.

감독님이 영화 30편 정도를 추천해 주셨는데 사실 다 보지는 못했다(웃음). 그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캐릭터를 레퍼런스로 꼽아주셨다. 무서우면서도 노련하고 비열한 느낌을 참고하려 노력했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이 워낙 명확해 의심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 극 중 박정민(박건 역)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호흡은 어땠나.

정민이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라 그를 괴롭히는 게 관객 입장에서는 더 감정 이입이 됐을 것이다. 정민이는 정말 예민할 정도로 디테일을 챙기는 배우다. 촬영장에서 기세로 몰아붙이는 나와 달리, 그는 하나하나 짚어가는 스타일이다. 그런 정민이의 노력이 지금의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 깜지(빽빽하게 글씨 쓰기)’ 설정이 굉장히 섬뜩하다는 평이 많다.

그 설정은 대본 단계부터 준비된 장치였다. 황치성이라는 인물이 가진 잔인함을 보여주는 핵심이다. 육체적 고문보다 상대의 의지를 꺾는 정신적 고문에 가깝다. 볼펜 소리의 질감을 강조해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려 했다. 연기하면서도 참 무서운 전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 평양 사투리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평양 사투리는 의외로 억세지 않다. 고위층의 격식 있는 말투가 오히려 거절하기 힘든 압박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상대방을 얄밉게 몰아세우는 황치성만의 공식을 사투리에 담아내려 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채선화(신세경 분)의 뒤통수에 대고 하는 “가열차게 살아야 한다”는 대사다. 겉으로는 응원 같지만, 사실은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매정한 뜻이다. 황치성이라는 인물이 가진 이중성과 비아냥거리는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대사라고 생각한다.

- 전작인 ‘폭싹 속았수다’나 ‘부부의 세계’ 이미지를 지우고 싶지는 않았나.

‘부부의 세계’ 캐릭터를 여전히 기억해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매번 같은 얼굴로 소비되는 것을 경계한다. ‘사빠죄아’를 지워주시면 좋겠지만(웃음), 작품과 대본이 달라지면 인물 자체가 가진 힘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이번엔 황치성으로 온전히 기억되고 싶다.

- 악역을 연기할 때 본인만의 철칙이 있나.

스스로 ‘이 사람은 악당이다’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황치성도 권력에 대한 욕망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다. 목적과 의도가 분명할수록 연기하는 맛이 난다. 계산된 연기보다 현장의 분위기와 감독님의 요구에 유연하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신세경, 조인성 등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조인성, 박정민 등 든든한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처음부터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세경 씨도 너무 예쁘고 연기 열정이 대단하다. 그런 친구들을 괴롭히는 역할이라 현실에서는 좀 더 좋게 보이고 싶어서 현장에서 웃으며 지내려 노력했다(웃음).

-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관절이 다 나가는 줄 알았다”고 농담할 정도로 치열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가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라 몸이 굳어 힘든 점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

- 배우 박해준에게 ‘휴민트’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내 시대가 왔다’고 말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더 붙잡고 고민하게 됐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계속 묻게 만든 작품이다. 관객들에게도 “박해준이 또 다른 악역의 얼굴을 보여줬구나”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