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일출봉 ‘탄생의 비밀’ 풀렸다

1회 분출 아닌 3회 분출로 형성
단성화산체 아닌 복합 화산체로 규명
일출봉 해저 동남쪽 600m서 지형 발견
스코퍼스 등재 학술지 9월호에 게재

성산일출봉 항공사진. 제주도 제공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성산일출봉이 한 번의 마그마 분출로 형성된 단성화산체가 아닌 여러 차례 분출로 만들어진 복합화산체인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대학교 등 관련 연구기관과 함께 성산일출봉의 형성과정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성산일출봉은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해 만들어진 수성화산체(응회구)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성산일출봉은 그동안 일회성 분출로 형성된 단성화산체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성산일출봉 주변 해저에서 새로운 분화구 존재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밀 해저 지형탐사를 실시해 주변에 과거 화산활동의 흔적이 있는지 조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성산일출봉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해저에서 주목할 만한 지형을 발견했다. 이 지형은 지름이 600m에 달하는 원형의 평탄한 구조였고, 주변 해저보다 약 30~35m 높이로 돌출돼 있어 분화구로 추정됐다.

이어 연구팀은 해상 시추를 실시해 분화구 흔적을 구성하는 암석들을 확인한 결과 응회암과 스코리아, 현무암 등 화산 기원의 암석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또 해저 분화구의 형성 시기를 추정하기 위해 시추공에서 얻은 패각을 연대 분석한 결과 약 6700년 전으로 나타났다. 성산일출봉이 침식돼 형성된 신양리층의 연대인 약 5000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성산일출봉과 해저 분화구는 약 5000년에서 6700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약 6700년 이후 현재 성산일출봉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얕은 바다에서 두 차례의 수성 화산 활동으로 초기 화산체가 형성된다. 이후 약 5000년 전 현재의 성산일출봉 위치에서 다시 한번 마그마가 상승해 새로운 응회구가 만들어지면서 세 개의 화산이 중첩된 복합화산체가 됐다는 것이다. 이후 오랜 기간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화산체의 상당 부분 깎여 현재의 형태가 됐다.

연구팀은 성산일출봉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단 한 차례의 마그마 분출로 형성된 단성화산체가 아닌 세 차례 걸친 분출로 형성된 복합화산체라는 점이 새롭게 규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스코퍼스(SCOPUS) 등재 학술지인 ‘지질학회지’ 9월호에 게재됐다.

성산일출봉은 뛰어난 경관미와 독보적인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07년 한라산, 거문오름용암동굴계와 함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성산일출봉의 화산활동과 형성 과정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게재돼 그 성과를 전 세계 학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