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쓰레기 가득 과다사육장에서 마지막으로 구조… 의젓한 선비견 '얀'

과잉다두사육, 애니멀 호딩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많은 수의 동물을 부적절하게 과다 사육함으로써 질병·행동학적 문제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동물 수집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동물에 대한 집착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충남 아산시 과잉다두사육 현장도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2019년 충남 아산시의 주택가에서 개들이 쓰레기와 분변 속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개 짖는 소리와 악취로 인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건데요. 당시 동물단체들과 아산시는 개 소유자를 어렵게 설득해 소유권을 포기받았고 개 80여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구조는 2년에 걸쳐 진행됐고, 개들은 국내외로 입양 가족을 찾아 나섰는데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소유주가 또 개 2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게 드러난 겁니다. 이번에도 소유주는 개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 기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부터 성견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개들이 굶주림 속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는데요.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도 다른 동물단체들과 협력해 이틀에 걸쳐 개들을 구조했습니다. 개들의 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기본적인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진드기 감염과 피부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된 '얀'(3세, 수컷)은 위액트의 품에 안겼습니다. 검진결과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였는데요, 2개월간 치료를 받은 끝에 건강을 되찾고 지금은 제2의 견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얀은 사람의 손길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처음에는 이동장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차를 타는 것도 목욕을 하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었죠. 하지만 적극적인 성격의 다른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익숙한 사람과는 산책도 즐길 줄 알게 됐어요. 또 가끔 기분이 좋아지면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여주곤 한다고 합니다. 점잖은 성격이다 보니 한 활동가는 '선비는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말이 얀에게 딱 어울린다고 말할 정도예요.

박은미 위액트 활동가는 "다가가는 속도는 느리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단단한 신뢰를 쌓아가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얀에게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박 활동가는 "얀의 마음속에 있는 '신남 스위치'를 찾아 눌러줄 보호자를 만난다면, 앞으로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얀과 평생 함께할 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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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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