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영종도 신화, 인천국제공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992년 11월 바다를 매립하기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건설 프로젝트는 세계 항공사에 새로운 역사를 장했다. 김포공항의 심각한 포화 상태와 동북아 허브 경쟁이라는 숙명 속에서, 한국은 영종도와 용유도, 신불도, 삼목도 네 섬 사이의 바다를 매립해 세계적 허브공항을 만들어냈다. 2001년 3월 29일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20년 후 세계 5위권 공항으로 성장했고, 오늘날 세계 최고 서비스 수준의 공항으로 자리잡았다.
>> 김포공항 포화와 동북아 허브의 꿈
1980년대 중반 해외여행 자유화로 국제 항공 수요가 폭발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국제공항은 순식간에 처리 한계에 도달했다. 88올림픽 이후 제2민항사가 출범하면서 복수항공시대가 열렸지만, 김포공항은 포화점을 지나 서비스 질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정부는 단순한 대체공항이 아닌 동북아의 허브공항 건설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홍콩 첵랍콕, 일본 나리타, 중국의 주요 공항들과 경쟁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공항이 필수였다. 1992년 6월 16일 수도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공식 고시되자, 한국의 최대 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 영종도 선택과 기술적 도전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간석지를 선택한 결정은 탁월했다. 만조 때 수심이 1~2m에 불과해 부지매립 비용이 평방미터당 14만 원에 그쳤다. 이는 일본 간사이공항이 평방미터당 140만 원을 소비한 것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편리함은 기술적 지옥의 시작이었다. 영종도 여객터미널 지하 평균 35m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3만 5,000개의 강관파일을 심어야 했다. 연약지반 보강 작업은 공사 기간 중 가장 큰 난제였다. 강관파일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2차례 왕복할 수 있는 1,682km에 달했다. 연약지반 강화를 위해 2,300개소에서 지반조사를 진행했고, 3만 2,000여 회의 현장시험과 2만 7,000여 회의 실내시험을 거쳤다.
1992년 11월 남쪽 및 북측 방조제 공사가 시작됐다. 방조제 축조는 1992년 11월 21일부터 2001년 3월 29일까지 약 8년 4개월의 대장정이었다. 바다 위에 도시를 짓는다는 목표 앞에서 한국의 최첨단 공법이 총동원됐다.
>> 환경 파괴와 생태계 논란
거대한 개발 사업은 예기치 않은 환경 파괴를 낳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조류충돌 방지를 명분으로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자연하천의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는 '건천화사업'을 추진했다. 남북측 총연장 8.66km의 하천을 콘크리트로 포장한 이 사업은 생태계 파괴 논란을 낳았다.
환경단체들은 이것이 비용 절감과 유지보수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천년의 관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은 의도치 않게 희생되고 있었다.
>> IMF 위기, 절망 속의 결단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인천공항 건설 한복판을 덮쳤다. 이는 재앙이자 기회였다. 경제가 바닥을 치자 일자리를 잃은 전문 기술인들이 영종도로 몰려들었다. 중고 시장에 나온 최신 장비들도 영종도로 향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으면 먼 곳까지 전문 기술자들이 오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IMF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일자리가 사라지니까 영종도로 기술 지원자와 장비들이 몰렸다"고 회상했다.
IMF 위기는 세운 공항 건설사의 계획까지 위협했다. 건설사들이 주유소에 어음을 주고 기름값은 나중에 지급하자는 신청을 할 정도였다. 영종도 주유소 2곳이 기름을 못 주겠다고 버티자 공항 건설 담당자들은 응급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고금리 채권에도 자금 조달을 멈추지 않으며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되었다.

>> 수하물 시스템 혁신과 세계 최첨단 기술
1996년 5월 제1여객터미널 공사가 착수되자, 인천공항은 세계적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공항으로 탄생할 준비를 했다. 가장 주목할 기술은 수하물처리시스템(BHS·Baggage Handling System)이었다.

포스코DX 컨소시엄이 개발한 BHS는 비행기 수하물을 자동으로 운송·저장·분류하는 시스템으로, 공항의 서비스와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가 됐다. 수하물흐름관리시스템(BFMS)을 통해 무선주파수 인식시스템(RFID)이 장착된 트레이에 실린 수하물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매우 높은 정확도로 파리·뉴욕 공항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다. 트레이는 최대 초속 7m로 빠르게 이동했고, 고장 시 AI가 새로운 경로를 찾아 자동 우회 운송했다. 하루 평균 9만 개의 수하물을 처리했으며, 이를 90cm 길이로 일렬 배치하면 지구를 16바퀴 도는 거리였다.
>> 2001년 개항과 세계 허브공항으로의 도약
2001년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었다. 1단계 건설사업은 총 5조 6,323억 원이 투입된 약 8년 4개월의 대역사였다. 제1여객터미널과 제1·2활주로, 계류장 및 각종 부대시설을 통해 글로벌 공항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연 4,000만 명의 여객 수용능력을 갖춘 시설이 완성됐다.
개항 이후 2단계(2002~2008년) 건설공사를 통해 활주로를 추가하고 화물터미널과 탑승동을 건설했다. 3단계(2009~2017년) 건설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철도, 도로 등 접근 교통 시스템을 완공했다.
>>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으로의 성장
20년의 세월이 지난 2021년, 인천공항은 명실상부 세계 공항 순위 5위, 국제 화물 3위권으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국제공항협의회(ACI) 주관 평가에서 세계 최초로 3년 연속 '5성급' 공항으로 선정되는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인천공항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ACI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를 유지했고, 지난해 복귀 후 곧장 '올해의 공항상'과 '가장 즐거운 공항상'을 수상했다. 하루 평균 14만 명이 이용하며 아시아와 전 세계를 잇는 관문으로 우뚝 섰다.

>> 동북아 허브 지위 수호와 미래 전략
인천국제공항은 현재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홍콩 첵랍콕, 중국 광저우 바이윈·푸둥, 대만 타오위안, 일본 나리타 등 주요 경쟁 공항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35년이면 여객과 화물 모두 시설 용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5단계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공항의 5단계 건설사업은 사업비 6조 원을 투입해 제3터미널과 제5활주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2,000만 명의 여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게 되며, 세계 5위권 공항의 입지를 다질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인 허브 공항을 목표로 현재도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신규 항공 노선 유치와 최첨단 공항 운영 시스템 개발, 8만 5,000여 공항 가족의 서비스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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