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조한 엔비디아…삼성·SK하이닉스, 하반기 HBM 사업 '파란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2분기 호실적을 거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저사양 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 재개를 예고한데 이어 최신 고사양 AI 가속기인 블랙웰의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도 하반기 실적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3분기 中 매출 50억달러 기대…블랙웰 출시 수혜 확대 전망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2분기(5~7월)에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각각 467억4000만달러(약 65조1555억원)와 1.05달러(1463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평균 증권가 전망치) 매출 460억6000만달러와 주당 순이익 1.01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이번 실적에는 중국향 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발한 H20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2분기에 중국 외 고객에만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H20을 판매하는데 그치는 등 45억달러(약 6조2500억원)의 손실이 났다.

다만 젠슨 황 최고경영책임자(CEO)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중국 내 H20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출 승인을 받았다. 이후 미국은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H20 판매 라이선스 심사를 시작했고 일부 고객이 라이선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12단 제품/사진 제공=삼성전자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지정학적 문제가 해소될 경우 3분기 H20 칩 매출이 20억~50억달러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며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중국 고객이 라이선스를 받았지만 아직 H20을 출하하진 않았다"며 "미국 정부가 H20 판매 수익의 15%를 취할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까지 이에 대한 규정을 발표하지 않응ㄴ 상태"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 CEO는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대응하면 중국은 올해 우리에게 500억달러(약 70조원)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전 세계 AI 연구원의 절반이 중국에 있고 그들의 오픈소스 모델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경쟁해야 미국의 AI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며 "미국 행정부와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블랙웰의 중국 진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고무적인 상황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H20에는 삼성전자의 HBM3(4세대)를 납품받아 사용해왔다. 본격적으로 수출이 재개된다면 삼성전자의 하반기 HBM 출하량 역시 반등할 전망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최근 H20의 성능 강화를 위해 HBM3E(5세대)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새로운 공급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가 만드는 제품에 들어가는 HBM3E에 약 75%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블랙웰의 출하량 확대 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웰은 호퍼의 뒤를 이어 나온 최신 AI 가속기 플랫폼으로, B200에는 HBM3E가 8개가 탑재되며 GB200에는 총 16개가 들어간다.

차세대 AI 칩 청사진 공개…HBM4 공급망 재편 가능성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반도체 업계에 관심을 받고 있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콜레트 크레스 CFO는 "루빈 시리즈가 (예정대로) 내년에 출시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제품 출시 주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CEO는 "루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거 담길 것"이라며 "앞으로 1년 동안 루빈이 가져올 수많은 혁신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있고 내년 3월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세부 스펙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루빈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 다음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AI 가속기다. 이 제품에는 HBM4 12단(6세대) 제품이 본격적으로 탑재된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HBM4에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가장 먼저 엔비디아에 HBM4 12단 샘플을 전달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HBM4 샘플 출하를 공식화한 상태다. 통상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가 1년 안팎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진 만큼 내년 초 대량 납품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과 황 CEO가 이달에만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HBM4 퀄 테스트 통과 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HBM4에 업계 최초로 10나노 6세대 1c 공정을 적용하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활용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3년 6월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일식집 사와스시에서 만나 기념 사진 촬영을하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사와스시 SNS 캡처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올해 약 90%에 이르렀던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이 내년에는 50% 수준으로 내려가고 그 빈 자리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25~30%, 마이크론은 20~25%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4는 1c D램 성능 향상과 수율 개선, HBM 후공정 수율 개선, 제품 성능 향상 등으로 인해 엔비디아 루빈 내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하겠지만 HBM3E에서 보였던 발열과 성능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루빈의 출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도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제품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용삼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