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기트럭 출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매년 신기술을 발표하며 가장 밝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승용차 시장과 달리, 상용차 시장은 사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나 버스 중 대다수가 수동 변속기 차량이었을 만큼 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는 상용차 시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비용적인 측면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 시장에 판매된 상용차에서는 승용차에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매립형 순정 내비게이션 옵션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많은 운전자들이 설치비용이 저렴한 단말기 방식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20년에 들어서며 상용차의 자동변속기 장착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남과 동시에, 상용차 내 편의 옵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운전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다. 차량 운영에 들어가는 총 소유비용을 중요하게 여겨 구매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와 달리,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편의 장비의 선택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련 정책의 개편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국토부는 상용차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전장 9m 이상의 버스, 그리고 총 중량 20t을 초과하는 상용차에 지능형 운전 보조 시스템(ADAS) 장착을 의무화했다. 이에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상용차들은 후·측방 경보 장치, 전방추돌감지 기능과 같이 상용차의 사고를 줄이는 데 필요한 옵션을 차량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경쟁 해외 상용차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 덕분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 상용차 브랜드들은 포터·봉고 혹은 마이티 등 준중형 트럭이 아닌, 트랙터와 같은 대형 화물차나 버스 등을 주력 모델로 판매한다.

해당 차량의 수동 변속기 모델은 적게는 8단부터 많게는 18단까지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단수를 자랑한다. 기차나 항구에 선적되는 트레일러를 목적지까지 옮겨야하기에 저속부터 고속구간까지 변속 단수도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업무는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의 극심한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판매되는 트랙터 100대 중 99대가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으로 출고된다.

대형차뿐만 아니라 준중형, 그리고 중형 모델에 자동 변속기가 탑재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준중형 트럭 모델의 판매량은 약 12% 정도에 그쳤었지만, 2020년에는 자동변속기 차량 판매 비중이 39%를 돌파했고, 2023년 상반기엔 과반수인 53%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판매된 상용차 2대 중 1대가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상용차 운전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둔 최신 기술들도 상용차에 적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트랙터 모델인 뉴 악트로스는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측면 카메라를 통해 후측방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사이드미러는 거울 대신 A필러에 부착된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시야각을 제공한다.

신형 MAN TG 시리즈도 기존 미러 암 대신 좌우 A 필러에 각각 2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기존 사이드미러 역할을 대체하도록 차량을 설계했다. 카메라가 촬영한 트럭의 외부 및 실시간 교통상황은 기존 MAN 미디어 시스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운전석과 조수석에 추가 설치된 2개의 12인치, 15인치 디스플레이에서 HD 화질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엑시언트 퓨얼 셀 사진 현대차

상용차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4년 상용차 시장은 편의 및 안전 사양의 다각화와 공기역학적 디자인 개선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친환경화에도 신경 쓴다. 실제로 운전 시간과 주행 거리가 긴 상용차 특성상 파워트레인의 친환경화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상용차 제조사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전기 혹은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동력계로 교체하며 시장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국산 브랜드인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상용차 엑시언트 퓨얼 셀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퓨얼 셀은 현재 한국, 스위스, 독일, 뉴질랜드, 이스라엘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며 수소 에너지의 신뢰성과 친환경성을 입증해오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 에너지를 통해 상용차 시장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면, 수입 상용차 브랜드는 승용차 시장과 같은 배터리 기반 전동화 시스템을 갖춘 전기 상용차를 통해 친환경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독일 상용차 제조사 MAN은 모터로 구동하는 대형 전기 트럭 'MAN e트럭'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캡 하부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2개의 배터리팩과 함께 트럭 측면부에 추가 배터리팩을 최대 4개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차량을 설계해 최대 480kWh급의 여유로운 배터리 용량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 8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동력계는 트림에 따라 333마력(254kW)과 81.6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조합, 449마력(330kW)과 117.3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조합, 544마력(400kW)과 127.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 차량은 2025년 뮌헨 공장에서 대량 생산에 들어간 뒤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볼보트럭이 출시하는 전기트럭 'FM 로우 엔트리'는 이르면 올해 2분기 중 국내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보 최초의 전기 전용 모델인 이 차량은 볼보 다이나믹 스티어링 시스템, 3인승 시트 옵션, 낮은 발판과 평평한 바닥 등 다양한 인체공학적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는 최대 250kW급 충전을 지원하는 360kWh 용량의 배터리팩이 장착되며, 이를 통해 최대 20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타타대우상용차 역시 2025년 출시를 목표로 1톤 전기 트럭을 개발 중에 있다. 현재 절찬 판매 중인 더쎈의 전동화 모델도 2024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1톤 트럭 시장을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가 독점하고 있는 만큼, 타타대우의 1톤 전기트럭이 높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내년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Pxhere

상용차 동력계의 친환경화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국의 정부 및 제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두 대 이상의 차량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동일한 간격을 두고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군집 주행 기술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상용차 군집 주행 기술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국토부, 현대차, 한국도로공사, 국민대 등 총 13개 기관이 자율협력 주행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협력 주행이란 여러 대의 자동차가 차량 간 통신(V2V)을 통해 주변 도로 상황과 주행에 관련된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운전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난 2020년 국토부는 현대차에서 지원한 현대 엑시언트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서여주IC부터 여주JCT까지 공용도로 8km 구간에서 군집 주행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으며, 작년에는 인천부터 부산까지 복수의 시·도를 거쳐 운행하는 '유인 자율주행트럭 기반 화물 간선 운송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이처럼 상용차 기반 자율주행, 군집주행 기술의 발전은 물류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물류의 정확한 운송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교통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율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와 같은 자율주행 기술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글로벌 유통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화함은 물론, 콘셉트카로만 보아왔던 운전석 없는 상용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