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기 직전의 모자 편집숍을, 흑자전환시킨 의외의 한 수 - 오버라이드
‘오버라이드’는 트렌디한 모자 편집숍이에요. 업력이 100년에 달하는 모자 도매상 ‘구리하라’가 모회사죠. 그런데 어쩌다 모자 도매상이 편집숍까지 오픈했을까요? 고객사와 충돌이 생기는 리스크가 있을 텐데요. 게다가 구리하라는 트렌드의 최전선은커녕 소매업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던 기업이었어요.
그러나 1990년대 후반, 패션 산업의 주도권이 제작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는 것을 포착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소비자가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역량이 사업에 꼭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4대째 사장은 소매점을 신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봤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사내의 반대가 심했죠.
그래서 그는 2년 내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접는다는 조건으로 모자 편집숍인 오버라이드를 오픈했어요. 결과는 처참했죠. 1년 차에 이미 수백만엔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어요. 그렇게 폐점을 2개월 남겼을 무렵, 의외의 한 수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남은 2개월 동안 지난 10개월 분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연간 흑자를 달성한 거예요. 오버라이드를 살린 신의 한 수는 뭐였을까요?
오버라이드 미리보기
• 모자 시장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다
• 브랜딩과 인지도, 매출 향상을 동시에 잡는 치트키
• 모자 도매상이 트렌드의 최전선에 나선 이유
• 100년 기업이 매출을 포기하고 얻은 것
모자는 옵션에 불과해요. 적어도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요. 외출할 때 모자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죠. 신체를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바지, 티셔츠, 신발과는 구분되는 아이템인 거예요. 하지만 카시라(Ca4la)는 과감하게도, 이렇게 엑스트라 취급받기 쉬운 모자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요. 모자 편집숍 브랜드로 일본 전역에 2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죠.
수요가 적다고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모으는 것도 아니에요. 저렴한 모자도 10만 원 정도이고, 가격대가 있는 모자는 30~60만 원에 달하니 오히려 프리미엄 모자 편집숍이라고 불러야 할 거예요.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모자를”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고급 브랜드를 엄선한 결과예요.
최고의 모자를 향한 집착은 자체 제작으로도 이어졌어요. 도쿄 등 4개 점포에 ‘카시라 아틀리에(Ca4la Atelier)’라는 모자 제조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거든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일본 장인이 손수 만든 ‘메이드 인 재팬’ 모자를 선보이기 위해서죠. 최고의 모자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카시라 아틀리에의 오리지널 모자는 퀄리티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요. 이렇게 탄탄한 기술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니, 까다로운 주문 제작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요. 고객의 주문에 맞춘 커스텀 모자는 물론이고, 웨딩 모자, 방송 무대용 모자 등 좁고 깊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요.
니치한 모자 제작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니 독특한 형태의 협업도 꾸준히 이뤄져요. 브랜드 간의 협업이 아니라 콘텐츠 IP를 가지고 모자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거든요.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한국 등 여러 지역에서 넷플릭스 2022년 4분기 애니메이션 1, 2위를 차지한 <스파이 패밀리>, <체인소맨>과의 협업이에요. 특히 <체인소맨> 모자는 단순히 캐릭터를 모자에 얹은 게 아니라 콘텐츠의 특징을 살려 모자에 반영했어요. 주인공의 톱 모양 캐릭터 디자인을 지퍼로 구현했거든요. 이외에도 카시라는 포켓몬, 팩맨 등 세대를 초월한 IP와도 협업하며 오타쿠들의 지갑을 열게 했죠. 니치 마켓 시장이 큰 일본에서, 니치 브랜드와 니치 문화 IP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거예요.
이처럼 카시라는 ‘모자는 그 자체로 문화’라는 관점으로 사업을 전개해요. 모자 하나를 만들어도 장인정신, 깊이, 취향 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하지만 모자 산업에 카시라와 같은 접근만 있는 건 아니죠. 다른 접근법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모자 편집숍 오버라이드(Override)는 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캐주얼한 모자로 일본 전역에 5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오버라이드는 필수품이 아닌 모자를 어떻게 팔고 있을까요?
모자 시장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다
‘Sense of Japan’
1999년, 오버라이드가 하라주쿠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내건 브랜드 테마예요. 모자를 통해 일본 고유의 멋과 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모자는 오래전부터 일본 문화에 깊이 들어와 있어요. 쇼와 시대(1926~1989) 초기에는 모자를 쓰는 것이 일하는 남성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을 정도예요. 오버라이드의 슬로건은 모자가 일본의 오랜 문화였음을 상기시키죠. 일부 사람들의 멋내기용 패션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모자를 바라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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