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95세 직원, 임종 직전까지 근무"..직원 절반이 고령인 日 기업 가보니
정년에도 능률 급격히 안떨어져
젊은 직원들도 노후 고용보장 안심
【[도쿄(일본)=김현철 기자]】 "2년 전 이 회사에는 95세 최고령자가 있었어요. 그분은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 근무를 했습니다."
지난 1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쿄 사이타마현에 도착하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한 건물 1층에서 철문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1986년 4월에 설립된 차고, 방범용, 특수 셔터 제작 업체 요코비키셔터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정년연장 기업으로 현지에서 많은 방송을 타고 있다.
고용노동부 취재진이 사무실에 있는 2층에 올라서자 현재 이 회사 최고령자(81)인 가나이 노부하씨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나이를 속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남색 넥타이는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나이씨는 직전 회사에서 74세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며 44년 간 근무했다. 이후 2년간 쉬다가 아내가 병을 얻어 급하게 일자리를 찾게 됐다. 연금만으로는 아내의 입원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나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용센터에 갔더니 이 회사를 소개해줘서 고령의 나이에 입사하게 됐다"며 웃었다. 76세에 요코비키셔터에 입사해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는 자동 캐드(CAD·컴퓨터 도면 설계)를 통해 셔터를 설계하고 있다. 44년간 전 직장에서 설계 업무를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한다.
가나이씨는 취재진에게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이 회사는 능력이 있고 능력 발휘를 할 수 있으면 고용을 하기 때문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건강해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년 전 이 회사에는 95세 최고령자가 있었다고 한다. 임종 이틀 전까지도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현재 요코비키셔터의 직원 수는 총 34명이다. 60세 이상은 18명, 70대 이상은 8명이 있다. 절반 이상이 고령자인 셈이다. 이 회사는 어쩌다 고령자를 이렇게 많이 채용하게 됐을까. 이찌가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사장은 고령자 채용의 가장 큰 장점으로 고령자가 그동안 닦아온 지식과 능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꼽았다. 이찌가와 사장은 "고령자는 사회의 앞면과 뒷면을 알기에 어느 것을 판단할 때 흰것 아니면 검은것 이분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색도 있다는 가치판단을 하는 능력이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업체는 정년 이후 고용해도 급여를 삭감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일명 종신고용이라고 해서 60세 또는 65세 정년으로 퇴직해서 재고용되면 급여가 급감한다. 이에 대해 이찌가와 사장은 "정년을 맞이했더라도 그 사람의 능률이나 능력이 급격히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고령자 선배를 보고 '70세가 지나도 건강하면 회사가 계속 고용해주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 나도 계속 나이가 들어도 이 회사에서 고용해주겠지'하며 안심하기 때문이다. 고령자 채용으로 따라오는 애사심은 덤이다. 이찌가와 사장은 "만약 다른 회사가 저희보다 월 급여를 1만∼2만엔 더 준다고 하더라도 저희 직원은 전직하지 않는다"며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중소기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일 사람이 부족하다. 특히 젊은층 인재는 대기업으로 가기 때문에 채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적으로 현재 있는 직원을 오랫동안 고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이 살 길인 셈이다. 이 회사는 창업자인 아버지 세대부터 적극적으로 고령자를 고용해왔다.
이찌가와 사장은 "81세 최고령자를 포함해 고령자 직원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보다는 '자기가 기대를 받고 있다'라는 생각"이라며 "그 기대받는 곳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람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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