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협 前간부 “北, 계수기로 액수 확인… 모자란다고 해 보태줬다”

2019년 1월 북한아태위에 전달 상황 증언
”14만5040 달러, 중국돈 180만 위안 건네”

2018년 11월 16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왼쪽)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로비를 위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공모해 북한측에 약 5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의 재판에서 북한측의 요구로 금액을 끝자리까지 맞춰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20일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 심리로 열린 안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3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 아태협 본부장 A씨는 2019년 1월 당시 중국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에 돈을 전달한 과정을 증언했다.

안씨는 2018년 12월 북한을 방문해 당시 조선아태위 김영철 위원장에게 미화 7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9년 1월에는 중국 선양에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에게 미화 14만5040 달러, 중국돈 180만 위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기소 내용과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안씨와 A씨는 환전한 미화 14만5040 달러를 나눠 갖고 2019년 1월 24일 중국 선양으로 출국했다. A씨는 전날 출국한 아태협 직원과 함께 국내에서 환치기업자에게 전달한 3억원의 대가로 중국돈 180만 위안도 받았다.

A씨는 이어 선양의 북한 식당에서 180만 위안이 든 캐리어, 안씨가 건네준 미화 14만5040 달러 쇼핑백을 송 부실장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송 부실장은 옆방에 있던 사람에게 지폐계수기로 돈을 세도록 한 뒤 “돈이 모자란다”고 했고, 안씨가 갖고 있던 6000~7000 위안을 추가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검찰의 질문에 “아마도 환율 때문으로 보였는데 북한측에서 금액이 딱 맞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끝자리 금액까지 딱 맞춰서 지급해야 하는 분위기였고, 북한이 액수를 산정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보다 앞서 2018년 12월 안씨의 지시로 8000만원을 7만달러로 환전한 뒤 직접 건넸고, 나중에 안씨가 이 돈을 북한 조선아태위 김영철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