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건너는 순간, 속도가
느려진다

퍼플섬으로 향하는 길은 다리 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섬의 퍼플교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리듬을 바꾸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발밑으로 파도가 스치고, 시야를 가로막는 구조물 없이 수평선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집니다. 이곳에서는 ‘빨리 보기’보다 ‘천천히 걷기’가 더 잘 어울립니다.
세계가 주목한 섬마을, 그 이유

퍼플섬은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75개국 170개 마을 가운데 최고 등급을 받은 결과입니다. 이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2007년 신활력 사업으로 시작해 2011년 해상 목교가 완공되었고, 2019년부터 ‘보라색 테마’가 본격화되며 마을의 정체성이 또렷해졌습니다. 총 205억 원이 투입됐고, 주민 100여 명이 직접 참여해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퍼플교는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박지도, 반월도를 차례로 잇는 해상 목교입니다. 안좌도~박지도 547m, 박지도~반월도 915m로 이어지며, 중간에는 팔각정 쉼터가 놓여 있습니다. 다리 위에 서면 만조 때는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간조 때는 갯벌의 결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같은 길을 걸어도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의 정원

퍼플섬의 보라색은 단순한 색채 장식이 아닙니다. 라벤더(5~6월), 버들마편초(6~9월), 아스타국화(9~10월)가 계절을 나눠 이어지고, 겨울에는 보라색 지붕과 난간, 조형물이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꽃이 없어도 색은 남고, 색이 남아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퍼플섬은 특정 계절에만 소비되는 장소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겨울의 퍼플섬은 화려함보다 정돈된 풍경이 앞섭니다. 잎이 떨어진 계절 덕분에 시야가 트여 바다는 더 넓게 보이고, 다리 위에서는 남해의 물빛이 유난히 투명하게 느껴집니다. 햇볕을 가릴 그늘은 적지만, 그만큼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분명해지는 시기입니다. 눈이나 비가 내린 날에는 경사 구간이 미끄러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천사대교로 이어지는 섬 여행 동선

퍼플섬은 2019년 개통한 천사대교 덕분에 육로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목포에서 출발해 압해도·암태도·팔금도를 거쳐 안좌도까지 약 1시간 15분이면 도착합니다. 인근에는 김환기 고택, 자은도 백길해변, 무한의 다리 등 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가 가까워 하루 일정의 섬 여행으로도 무리가 없습니다.
퍼플섬 기본 정보

위치: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소곡두리길 257-35 일대
운영시간: 09:00~18:00(매표소 기준)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일반 5,000원 / 청소년·군인 3,000원 / 어린이(7~12세) 1,000원
할인 정보: 보라색 상·하의·신발·모자·우산 중 1가지 착용 시 입장료 면제
주차: 가능
문의: 신안군 문화관광과
퍼플섬은 ‘보라색으로 유명한 곳’이기 이전에, 걷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는 섬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몇 분 사이 일상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섬에 닿았을 때는 색보다 분위기가 먼저 남습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같은 리듬으로 걸을 수 있는 곳.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퍼플교 위에서부터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