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숨고른 집값…지금이 집 살 ‘타이밍’일까요? [집문집답]
# 채상욱의 집문집답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아파트 가치&가격 연구소’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정부와 국회, 민간의 다양한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내 집 한 채는 마련하고 싶은 분
☞집 한 채가 전재산인데, 계속 보유할지 팔지 고민인 분
☞부동산 동향, 전망과 대응 전략을 알고 싶으신 분
집문집답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한겨레 이메일 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격주로 화요일 오전 11시마다 채상욱 대표가 정확한 정보와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한겨레 집문집답 운영자인 ‘소심한 무주택자’ 김소심(46)입니다. 첫 회는 ‘서울 거주 40대 무주택자’인 저의 관점으로 채상욱 대표님께 여쭤보겠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을 중심으로 채 대표님께 부동산 실전 투자를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상세하게 들어볼께요.
이번주 부동산 시장에는 ‘변곡점’으로 불릴 만한 큰 변화가 있었어요. 지난 5월부터 무주택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거예요.
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체결 기준)이 7월 9518건에 비해 20%가량 급감한 7609건으로 집계됐어요. 신고건수 기준인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7월 8884건에서 8월 6114건으로 30%나 감소했어요. 9월은 신고기간이 남아있어 좀 더 늘어나겠지만, 8일 현재 2080건 밖에 안돼요. 9월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도 3주 연속 줄었구요.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서울 집값 드디어 꺾인 걸까요, 아니면 잠시 숨고르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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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질문은 신고식이니 ‘매운맛’으로 갈께요. 채 대표님은 지난 4월 총선 직후 부동산 하락장이 올 거라고 예측하셨고, 저도 그 말을 믿고 또 한번 내집 마련을 미뤘습니다.(ㅠㅠ) 그런데 5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이 치솟다가 이제야 겨우 진정 국면입니다. 당시 전문가들이 놓친 포인트가 있었다면요?
A. 2022년 부동산 급락 이후 주택시장에 과도한 완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저는 4월 총선이 끝나면 총선에서 이긴 야당이 규제를 선택할 것으로 봤어요. 하지만 야당은 5월 초 종부세 완화 발언과 함께 부양책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미 빌라 전세사기 공포로 아파트 전세가 대폭 상승하던 차에 기름을 부은 셈이죠. 정부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담보 대신 사업계획이나 수익성을 보고 장기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를 살린다면서 부양책을 내놓고 있었죠. 시중 은행들도 대출을 늘리는 시기였으니 ‘3박자’가 맞아서 5월부터 엄청난 상승 랠리가 펼쳐졌어요. 5월 초 야당의 발언 이후 저 역시 시장에 대한 뷰를 바꿀 수밖에 없었지요.
대출정책 ‘급발진’ ‘급브레이크’에 부동산도 출렁
Q. 잘 나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월 이후 왜 이렇게 갑자기 줄어든 건가요? 부동산 시장은 항공모함처럼 천천히 방향을 튼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휙휙 방향이 바뀌는 것 같아요.
A. 시장엔 수요공급의 법칙이 존재해요. 고가인 서울 부동산은 대출 없이 매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요의 큰 부분은 대출에서 나오죠. 그런데 정부의 대출정책이 급발진(대출 확대)과 급브레이크(대출 규제)를 오가니 시장도 급변하는 거예요. 최근엔 가계대출 급증 우려로 정부가 대출 규제를 크게 강화했어요.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에 들어갔고,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전세대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가 전개되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확산된 것이죠. 이러한 요인들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및 주택 갈아타기 수요를 위축시켰다고 봐요. 한국은행이 사실상 금리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연말까지는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고자 대출 규제를 이어갈 것 같아요. 이에 따라 시장도 냉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거래량이 중요한가요? 가격이 안정됐을 때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량은 얼마나 되나요?
A. 주택 거래량과 주택 시장은 상관성이 높지요. 간단한 이치인데요, 보통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보다 매수자가 생각하는 미래 가격이 더 높은 경우 거래가 체결됩니다. 상승기에는 매수자가 ‘지금 안 사면 못살 것 같은’ 심리적 압박과 시간 제약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거래가 체결되기 쉽죠. 반대로 하락기에는 매수자가 더 떨어지면 사려고 기다리게 되고 거래 체결이 어렵죠. 연간 거래량을 총 주택수로 나눈 회전율로 시장을 판단해 볼 수도 있는데요, 회전율이 높을수록 상승기이고 시장이 과열된 것이죠. 평균적으로 미국이 3%대, 일본은 2% 수준의 회전율을 보여요. 한국의 회전율은 서울 아파트는 5%대에서 지금은 3~4%로 내려왔구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던 2023년에는 서울의 회전율이 0.5% 수준이었어요.
Q. 거래량은 줄었는데, 서울 아파트 매물은 7월 7만건대에서 9월 8만5천건대로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고 해요. 거래량이 줄어드는데 매물은 증가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A. ‘팔고 싶다’는 의향이 많은 것입니다.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 같으니 팔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이고, 사겠다는 사람은 그 만큼 없으니 거래 체결량은 줄어들겠죠.
Q. 수도권도 거래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면 아직 회복이 안 된 지역 부동산도 더 얼어붙을까요?
A. 2024년은 서울만 강세 및 거래 호황이었고, 지방 시장은 위축 장세였어요. 연말까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서울 지방 다같이 냉각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요.
기준금리 인하해도 ‘가격 급등’ 어려운 이유
Q. 2022년 하반기에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락했잖아요, 이번에도 거래량 급감으로 가격이 급락할까요?
A. 그때는 미국이 갑작스럽게 잇따라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상품금리(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가 동시에 급등하며 주택매수 수요가 붕괴된 시기예요. 현재는 대출규제 강화로 수요가 위축된 수준이지 붕괴는 아닙니다.
Q. 연말께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요, 그럼 연말부터 코로나 제로금리 때처럼 다시 거래량이 크게 늘고 가격도 치솟을까요?
A.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은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이예요. 또 지난 2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는데도, 주택대출 금리가 이미 5%대에서 3.5%로 내려왔어요. 시장이 금리인하를 선반영한 것이고, 이것이 상반기 수요 회복의 단초였습니다. 이번엔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오히려 시장 상품금리가 오르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여요. 대출금리가 오르니 거래량이 크게 늘긴 어렵죠.
또 국내에서도 해외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서울 등 초고가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자산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매우 심해졌어요. 부동산 수요는 소득과 대출과 처분소득에서 나와요. 실제로 주택취득자금 조달 계획서(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하거나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상인 주택을 취득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제출)에 주식 등 자산처분 내역을 적어내는 비중이 꽤 된다고 해요. 미국 주식 등 글로벌 자산시장이 어려우면 내국인들의 처분소득이 줄고, 그만큼 아파트 구매력도 위축되는 거죠. 지난 8월5일 미국 나스닥이 크게 조정받고, 한국의 코스피·코스닥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조정이 나오던 시점에, 제가 ‘9월 이후부터 부동산 실거래지수가 다소 소강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본 이유죠. 그런 맥락에서 미국 자산 시장의 향배가 서울 부동산에도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데, 미국 역시 대선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연말까지는 눈치보기가 예상됩니다. 서울 부동산도 연말까지는 상당한 횡보세를 보이지 않을까요?
‘매수 시점’ 잡으려 말고, ‘가격과 소득’으로 판단을
Q. 오랜 집값 상승에 시달려서인지 ‘서울 거주자의 내집 장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조언이 어느 때보다 솔깃해요. 내년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데, 거래량과 집값이 잠시 주춤할 때 지금이라도 내집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A. 주택의 매수매도 결정은 격언을 따를 게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합니다. 같은 격언을 듣고 실천했다가, 전고점을 회복 못하고 대출만 갚고 있는 가구도 많아요. 2020~2021년에 서울 강북권 주택 매수자 중 2030 비율이 40%대로 치솟았는데, 3년이 지난 결과는 투자 성공이라 부르기 어렵죠. 주택은 자기소득 6배 이내의 가격이라면 하락이 좀 있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그걸 넘어가면 못 버티거나 생활에 문제가 생깁니다. 무리해서 집을 사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겨요.
“시점”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가격과 소득”을 기반으로 판단하면 좋겠어요. 소득으로 대출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자산을 모았다면, 자가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좋아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타이밍이나 가격 전략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장기보유로 시간을 내편으로 만든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져요. 한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플러스인 상태에서는 자산가격의 장기 우상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다만, 2020년대 들어 초저출산율 속에서 한국의 초장기 성장 전망이 흐려지는 국면이예요.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해외자산을 통해 자산을 배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문집답 이메일로 부동산에 관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채상욱 대표가 상세히 답해드립니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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