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만화카페에서 팔던 떡볶이 인기
요리사로 전업하고 중식당 차려
전재산 1억원 쏟아붓고 고군분투
기적처럼 소문나 줄서는 맛집으로

식당 창업에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저는 정말 말리고 싶어요. ‘지금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이죠. 경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주변에 문 닫는 가게가 너무 많아요. 그 가게 주인들이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인테리어가 조악하거나 허접하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문을 닫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확실한 아이템이 아니면 지금은 절대 창업하지 마세요. ‘이것저것 다 안 되니, 식당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이라면 더더구나 안 됩니다. 그 정도 각오로 되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실력을 쌓으면서 창업 타이밍을 기다려 보세요. 그 타이밍이 언제냐고요? 공실 매장들이 하나둘 차기 시작할 때라 보면 됩니다. 외식업은 생각보다 힘들어요.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요. 저도 힘든 적이 많았지요. 결국 식당 주인이나 요리사 등 우리의 본질은 밥을 파는 사람들이잖아요. 이 점을 잊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 이라면 외식업에 뛰어들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얘기가 창업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자전거 회사 ‘벨로라인’에 입사했어요. 2008년에 설립된 벨로라인은 하이브리드 자전거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죠. 다른 업체에 견줘 차별화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자전거 생산 업체입니다. ‘핫한’ 회사였지요. 자전거 디자인과 수리 등이 제 업무였어요. 제 감성을 담은 자전거를 세상에 내놓은 일은 흥미진진하고 보람 있었어요. 하지만 거기선 장인이 되고 싶다는 제 꿈을 이루기가 어렵겠더라고요. 퇴사하고 자전거 커스텀 숍을 차렸어요. 부품을 모아 자전거 한 대를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파는 일이었죠. 제가 만든 자전거는 잘 팔렸고, 한달에 800만원 정도 벌었어요. 하지만 후발주자와의 경쟁에 지쳐갔고 자금력도 받쳐주지 않으니까, 결국 폐업했어요. 격투기 용품을 만드는 일도 했는데, 그야말로 ‘폭망’했어요. 이후 취업하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더라고요.
평소 책을 좋아했기에 헌책 수거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다 친구와 만화책방을 열기로 했습니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 있는 만화카페 ‘즐거운 작당’에 갔다가 한 결심이었어요. ‘즐거운 작당’은 10여년 전 ‘20대들의 신개념 놀이터’란 칭송이 달리며 붐을 일으킨 만화카페의 원조집입니다. 2014년 4월에 문 연 ‘즐거운 작당’은 랜선을 타고 단박에 홍대 먹자골목 명물이 됐죠. 복층 구조에 비치한 책만도 3만권이 넘는 곳이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엔 ‘즐거운 작당’ 같은 만화책방이 없었거든요. ‘옳다구나! 우리 동네에 열어보자’며 친구와 의기투합했죠. 친구와 전 ‘청년 대출’로 받은 1800만원으로 2015년에 만화카페 ‘장만동’을 열었어요.

친구도 미술을 전공했기에, 우린 인테리어에 거의 돈을 안 썼어요. 페인트칠을 우리가 다 했지요. 보증금 500만원짜리 가게는 그렇게 문을 열었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군요. 만화책 가격이 그렇게 비쌀지 예상 못 했어요. 운명이란 묘하죠. 그저 만화책 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팔기 시작한 떡볶이 등 분식이 인기를 끌면서, 제가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말이죠. 먹거리 장사가 잘되면서 ‘장만동’을 아예 식당으로 바꿨고, ‘장쓰동’ ‘장별동’ 등도 열어 함께 운영했어요. 하지만 2019년 헤어졌어요. 동업을 끝내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죠. 제대로 된 요리를 한번 해보고 싶었고, ‘장인이 되고 싶다’는 과거 꿈도 작동했지요.
진짜 제 창업 이야기는 2019년 연 ‘조광201’부터입니다.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식당 자리로는 부적합한 곳입니다. 2층이죠, 먹자골목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요, 간판을 걸기도 어려운 구조였죠. 그런데도 선택한 이유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150만원)와 보증금(2천만원)이 있었지만,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창이 많고 실내가 넓은 점, 화장실 만들기 용이한 점 등 때문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결정이었어요. 상권 분석도 안 하고 그저 제 감성만 따른 선택이었으니까요. 지금이라면 절대로 이런 결정은 안 할 겁니다. 내심 ‘맛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20살부터 안 쓰고 악착같이 모은 전재산 1억원을 이 가게 창업 자금으로 했어요. 창업 준비는 외롭고 스산한 날들을 이겨내는 일이더군요. 밤에 홀로 페인트칠하면서 운 적도 많습니다. 지금 가게 벽색은 기성 제품이 아니에요. 제가 몇가지 페인트를 섞어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색이죠. 정말 힘들었어요. 불안이 항상 제 마음에 똬리를 틀고 있었죠. 출산한 뒤 부산 고향집에 몸조리하러 간 아내와 아들 얼굴이 자주 떠올랐어요. 당시 31살 조광효는 인생의 그늘 속에서 불안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하루하루를 버틴 청춘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돈을 많이 써서 불안감이 커졌어요. 일단 불안을 없애기 위해 여윳돈을 마련했죠. 월세 150만원에 곱하기 10을 한 1500만원을 남겼어요. 다음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자, 6개월은 어떻게든 버틴다’라고 결심했죠. 사실 6개월 운영했는데도 가망이 없어 보이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서빙 직원도 없이 저 혼자 모든 걸 해냈죠. 주문을 받으면 전 주방으로 사라집니다. 결국 버틸 수 없어서 ‘알바생’ 한명을 고용했어요. 100만원이 지출 비용에 추가됐어요. 당시 아내에게 생활비 한푼도 못 줬어요. 하지만 아내는 한번도 타박하지 않았지요. 물론 아내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요. 큰 힘이 됐죠. 저는 오로지 맛있는 한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수백권 책을 보고 시식하는 과정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죠. 그러다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문 연 지 한 3~4개월 뒤 어느 날이었어요. 가게 앞에 긴 줄이 선 겁니다. 깜짝 놀랐어요. 가게는 찾기도 힘든 데 있고 간판도 없는데 말이죠. 알고 봤더니 어느 유명 푸드 인플루언서가 ‘이 집 정말 맛있다’라고 자신의 채널에 올렸다는 겁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분이 지금도 감사합니다. 이후에 방송 프로그램 몇개에 출연도 하고 허영만 선생님도 다녀가면서 가게 이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죠.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저는 지금 자리에 서 있잖아요. 아무리 어려운 순간에도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가지 조언을 드려볼게요. 치밀한 계산을 먼저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자리를 선택한 데는 이전 가게 손님들을 끌어들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는 집도 가깝습니다. 주거지와 업장이 가까운 건 도움이 됩니다. 영업 준비 시간과 재충전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다음으로는 식당 열 지역을 면밀하게 살피시길 권합니다. 유동인구와 손님들의 성향 등을 따져보세요. 손님들이 술집을 많이 가는지, 밥집을 많이 가는지를 계산해보는 거죠.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문 앞에 소주 박스가 많은지를 말이죠. 그렇게 보다 보면 그 지역 주요 고객층 연령대에 대한 답도 나와요. 손님들이 빠져나가는 시간을 기준으로 영업시간을 정하면 됩니다. 이런 제 생각을 적용해 도움을 준 친구 몇 사람 있습니다. 모두 식당 영업이 잘되고 있어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창업 이야기를 다 담기엔 한 회는 부족합니다. 다음 회에 메뉴 구성과 팔 음식 아이템 정하는 법, 재고 관리, 대출받을 때 지켜야 할 점 등을 말씀드릴게요. 청년 창업자분들껜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쉬운 일을 하려고 하지 마라.’ 요리가 맛있어지려면 요리사가 힘들어야 해요. 쉬운 일은 따라 하는 사람들이 금방 생깁니다. 수익이 한순간 떨어져요. 하여간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다음 회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만든 음식은 ‘만화가 야식 연구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아이실드 21’ ‘원펀맨’의 작가 무라타 유스케가 작업한 야식 코믹 만화죠. 간단한 야식이 가득한 만화랍니다.



두유라면
재료: 삿포로 소금라멘(혹은 닭고기육수 라면), 양배추 10분의 1, 대파 4분의 1, 달걀 1개, 소시지 1~2개, 물 500㎖, 시중에서 파는 두유 제품 1개
만들기
①대파는 원형이 살게 썰고 양배추는 큼지막하게 썬다. ②물에 라면 수프와 양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면을 넣는다. ③달걀프라이를 만든 뒤 소시지를 마저 굽는다. ④면을 넣고 2분 뒤 어느 정도 익으면 두유 150㎖를 넣는다. ⑤완성된 라면을 그릇에 올린 뒤 달걀프라이와 파를 올려 마무리한다. 참기름을 살짝 뿌리면 좋다.
버터 오징어 감자
재료: 감자 1개, 버터 20g, 오징어젓갈
만들기
①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에어프라이어 200도에 20분간 익힌다. ②감자에 십자로 칼집을 내고 그 안에 버터와 오징어젓갈을 넣는다. ③뜨거울 때 먹는다.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6월 항쟁으로 태어난 헌법재판소,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
- 건물도면 올리고 “척살” 선동…‘헌재 난동’ 모의 커뮤니티 수사
- 여수 해상서 14명 탄 어선 침몰…3명 사망·7명 실종
- 시민 10만명, 체감 -10도에도 “내란 안 끝나” 분노의 집회
- 김정은 “미국은 세계 평화·안정 파괴자, 핵무력 더욱 고도화”
-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대학생들 극우 비판 시국선언 [영상]
- [단독] 린샤오쥔 ‘금’ 위해…중국 팀 동료 ‘밀어주기’ 반칙 정황
- 타이 여성 100여명 조지아로 유인해 난자 적출…“수사 중”
-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 234명 성착취 텔레그램방 총책은 33살 김녹완…신상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