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에 아침부터 치맥"…오전 경기로 상인들 '희비교차'
"장사 안되는 요즘 그나마 활기 살아난듯"
대학생·취준생·자영업자 등 다양한 손님
저녁장사 상인들 "4년 만의 특수 실종 아쉬워"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1차전이 오전 11시에 열리면서 광주광역시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평일 오전' 경기 배정에 유연근무나 연차를 활용한 직장인들이 몰려 일부 매장은 '대낮 응원전'으로 뜻밖의 특수를 누렸지만, 저녁 장사를 위주로 하는 상인들은 기대했던 '월드컵 대목'이 실종됐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 오전에도 예약 마감"…자리없어 돌아가기도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술집은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환한 바깥 풍경과 대비되는 어둑한 주점 내부에는 뜨거운 응원 열기가 가득했다. 매장 내 십여 개의 테이블 위에는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예약석' 팻말이 올려져 있었다.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하고 찾아온 일부 손님들은 만석이 된 매장 안을 서성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모처럼 맞이한 대목에 자영업자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 모습이었다.
이 주점을 운영하는 이광철(58)씨는 "이번 월드컵 주요 경기가 평일 오전이라기에 특수는 포기하고 가족들과 놀러 가려 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예약 문의 전화가 쏟아져 서둘러 정상 영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출근한 직원들에게는 추가 근무 수당을 더 얹어 주기로 했다"며 "몸은 힘들어도 꽉 찬 매장을 보니 마음만은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불금맞이 '월드컵 특수' 누리지 못한 아쉬움도
반면 평일 오전 시간대 진행되는 경기로 인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다.
광산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해주(50)씨는 이번 월드컵 일정에 대해 "완전히 죽 쒔다"며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씨는 "평소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외 테이블까지 만석이 될 정도로 붐벼서 이번 월드컵도 기대했다"면서도 "주요 경기가 모두 오전에 배정돼 이른바 '월드컵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주말이었다면 영업시간을 앞당겼겠지만 평일 오전이라 일찍 문을 여는 것도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북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재열(45)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축구를 좋아하기도 해서 원래 오후 5시인 오픈 시간을 앞당겨 오전 10시에 매장을 열었다"며 "밤 시간대에 경기가 진행돼야 호응과 관심이 크게 오르는데 아침이라 확실히 덜한 듯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시급도 이 경기를 위해 더 챙겨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밤 시간대보다는 객단가나 매출이 덜하다"고 씁쓸히 말했다.
"월드컵 핑계로 뭉쳤다"…낮 시간 불문한 뜨거운 응원 열기
이날 매장을 찾은 이들은 대학 휴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응원전에 나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빠져나왔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몰래 나온 거라 혹시 사진에 얼굴이 나오면 절대 안 된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지인들과 단체석을 예약한 직장인 정모(37)씨는 "점심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직장인이나 오늘 마침 휴무인 사람들끼리 뭉쳤다"며 "월드컵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다 같이 응원도 할 수 있어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