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캡’은 ‘미래’…시장은 “어떻게?” [특파원 리포트]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 발표는 거대한 쇼이자 파티였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들어맞은 걸까요? 테슬라의 다음 성장 전략으로 기대됐던 '사이버캡'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5% 넘게 떨어졌습니다. 장이 열린 뒤에는 더 떨어져 장 초반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 일론 머스크가 강조한 '미래'...그리고 비용·시간·안전
일론 머스크는 이번 행사의 이름을 'We, Robot'으로 했습니다. 로봇 소설의 진수라고 칭해지는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I, Robot'에 따온 제목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발표 행사에서 '미래'를 얘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가 행사장에 가져온 것은 별도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사이버캡'과 버스 형태의 '로보밴', 그리고 인간 모습을 한 로봇 '옵티머스'였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5년 전부터 그토록 예고했지만 계속 미뤄져 왔던 '사이버캡'이었습니다. 내부 형태부터 독특해 운전대와 가속 페달이 없습니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 주행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로 상황을 인식하고 인공지능, AI가 운전을 하는 방식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는 '자율(Autonomous)'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비전을 제시합니다.
사이버캡의 가격을 3만 달러로 비교적 낮게 예상했습니다. 이용 비용도 버스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할 때도 싸게 이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또 차 안에서 잠을 자든 일을 하든 상관없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차 공간을 찾을 필요도 없으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율 주행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인간보다 10배 이상 안전해질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미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는 테슬라 차량에서 엄청난 교통 환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데다, 컴퓨터는 운전 중에 지치지도 않고, 문자를 보내지도 않는다는 걸 근거로 들었습니다.
■ '운전대 없는 자율 주행차' 시도, 테슬라가 처음이 아니다
자율주행 택시의 선두 주자는 알파벳의 웨이모와 GM의 크루즈입니다. 이 가운데 GM의 크루즈는 치명적인 사고를 낸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이 정지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GM의 크루즈는 이미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량을 생산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2년 전 '인간 제어 장치'를 배제한 자율 주행 차량 Origin을 출시하려고 국가고속도로교통안전청에 신청서를 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던 겁니다.
여기엔 앞서 얘기한 지난해 10월의 치명적인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장면이 촬영된 영상에는 크루즈 차량이 피해자를 친 뒤 약 6미터를 더 끌고 가서야 피해자 위에서 멈추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인간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았을 때의 치명적인 사고를 보여준 사건인데, 인간의 개입을 아예 배제한 차량을 출시하는 걸 규제 기관이 허용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크루즈와 웨이모는 이 외에도 막다른 골목을 막거나, 교통신호를 어기거나, 경찰과 소방관의 구조 작업을 방해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크루즈와 웨이모 모두 무인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술을 마시거나, 졸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 유사합니다. 또 인간 사망자 없이 수백만 마일의 무인 주행을 했다고도 설명합니다.
물론 테슬라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크루즈나 웨이모와 차이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크루즈나 웨이모처럼 비싼 레이더를 달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메라에 의존하는 대신,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테슬라 차량으로부터 교통 환경 정보를 축적해 시스템을 개선해 가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는 머스크가 '안전'을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제시한 근거입니다.
■ 규제 기관은 테슬라의 손을 들어줄까?
미국에서 자율 주행 허용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기준은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 자율 주행 택시가 먼저 허용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머스크는 개입 없는(unsupervised) 자율 주행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내년부터 가능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요?
미국 자동차 기술자 협회(SAE)는 주행 자동화 수준을 완전 수동(0)에서 완전 자율 주행(5)까지 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 수준은 이 가운데 레벨2 정도로 평가됩니다. 레벨4부터 인간 운전자의 제어 기능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레벨2에서 레벨3으로 가는 것도 도약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더구나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도로에서 안전한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는 걸 아직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또 올해 초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최하위권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사고도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크루즈의 사례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 그마저도 모호했던 머스크의 '약속'
투자 평가사들은 이번 발표장에서 머스크가 분명하게 말한 건 사이버캡의 가격이 3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기존에 얘기했던 것의 반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약속도 오락가락했습니다. 사이버캡의 출시 시점도 그렇습니다. 관객이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자, 머스크는 자신이 시간 계획에는 좀 낙관적이라고 하면서 처음엔 2026년이라고 했다가, 2027년으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개입 없는' 자율 주행도 처음엔 모델3와 모델Y에 적용하겠다고 했다가 질문이 나올 때마다 모델을 추가하더니 나중엔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머스크는 '사이버캡' 공개 시점에 대해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왔습니다. 2019년부터 '내년엔'이라는 말을 해마다 반복했고 올해도 8월에 공개하려던 것을 이달로 옮겼습니다. 2023년엔 자신의 말을 번복하며 스스로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주가 흐름은 머스크의 '낙관적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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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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