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단조퇴만 34번” “성비위 관리 미흡”…한국발명진흥회 수장 해임 내막은
손씨, 인사부서장에 “성비위 당사자, 감봉 이상 징계 말 것” 지시 정황도
강승규 의원 “엄격한 공직윤리 준수해야…복무기강 철저히 점검할 것”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특허청 산하 한국발명진흥회(진흥회)의 수장격인 상근부회장 손모씨가 지난 1월 해임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내부 '성비위' 관련 보도 자제를 국회의원실에 요청한 것은 물론, 비서에게 대리로 출근 카드를 찍게 하거나 상습적 무단조퇴와 지각을 했던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이로 인해 진흥회의 상근부회장직이 9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손 전 부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흥회를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진흥회는 내부 징계를 통해 지난 1월12일 손 전 부회장을 해임 처분했다. 임원 복무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은 물론, 진흥회 명예 손상 및 기관장으로서 관리‧감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사유에서다. 진흥회는 정관에 따라 기업인 출신이 회장을 맡고, 상근부회장이 진흥회 대표는 물론 업무까지 총괄한다. 특허청 국장 출신인 손 전 부회장은 2022년 1월 취임해 오는 2025년 1월에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진흥회에서 공개한 해임 경위서에 따르면, 손 전 부회장은 취임 후 지난해 11월까지 34회의 무단조퇴와 13회의 무단지각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그는 해당 기간 일부 출퇴근 시간에 본인의 비서에게 대신 출퇴근 카드를 찍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전 부회장이 지난해 발생한 기관 내부 '성비위' 관련 보도를 막기 위해 직접 국회의원실을 찾았던 부분도 해임 사유에 포함됐다. 해당 성비위 건은 앞서 2022년 진흥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진흥회의 모 팀장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자들에게 "와이프랑 성관계하며 피임은 항상 챙기고 있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해 내부 고발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관련 피해자 2명은 같은 해 진흥회에서 퇴사하기도 했다.
사건이 커지자, 손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인사부서장 등과 함께 국회의 모 국민의힘 의원실을 찾았다. 의원실에서 진흥회 내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대면보고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 전 부회장은 의원실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보도 자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흥회에 따르면, 그는 성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도 "감봉 이상의 징계를 하지 말 것"을 인사부서장에게 구두로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허청은 지난해 말 진흥회 종합감사와 특별감찰을 실시해 손 전 부회장에게 각각 주의 및 문책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진흥회는 1월 임시이사회를 통해 손 전 부회장에 대한 해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사회에선 "손 전 부회장이 기관 최고 책임자로서 징계 사유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중간관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성비위 교육 관리에 대한 적극적 조치도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손 전 부회장은 '억울하다'며 진흥회 징계 처분에 반발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흥회를 대상으로 '해임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해 시사저널은 손 전 부회장의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기사 마감 시점까지 회신이 오지 않았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에 "한국발명진흥회는 지식재산 가치 제고와 국가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이다. 임직원들의 엄격한 공직윤리 준수가 필수적인 곳"이라며 "이번 국회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본 사건을 비롯해 진흥회 전체의 복무기강을 철저 점검하고, 피감기관들의 올바른 경영기조 확립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흥회는 최근 상근부회장 추천위원회를 열어 최종 후보자 인선을 완료한 상태이며, 대통령실 인사 검증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흥회는 손 전 부회장 해임 이후 9개월째 유태수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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