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이러한 격변의 중심에 서 있는 대표 직종이다. AI가 마케팅에 필요한 계획 수립부터 구체적인 행동 계획까지 짜준다. '사람 마케터'가 더이상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대체 불가능한'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블로터>는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 애피어(Appier) 사무실에서 치한 위(Chih-Han Yu) 최고경영자(CEO)와 '시대예보' 시리즈의 저자이자 '마인드 마이너'로 알려진 송길영 작가를 만나 '대체 불가능한 마케터의 조건'과 애피어의 AI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들었다.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서사·관점'
송 작가는 AI로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서사·철학·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전문 영역에서의 경험과 현상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송 작가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도 주문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전달하는 배려와 같은 '인간적 매력' 역시 AI가 가질 수 없다.
더이상 기능적으로 AI와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특정 분야의 보고서를 분석한다고 하면 사람은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2시간 이상 걸릴 것을 AI는 단 몇 분이나 수 초 내에 끝내버린다. 사람이 종종 할 수밖에 없는 실수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AI와 경쟁하기보다 이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송 작가의 관점이다.
위 CEO도 AI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는 인재가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말을 인용하며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기업은 업무 전문성뿐만 아니라 AI도 잘 활용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상품 품질에 집중
쇼핑도 AI가 대신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가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것에서 나아가 알아서 쇼핑까지 할 것이란 예상이다. 마케터는 어떻게 하면 AI에게 잘 선택받는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송 작가와 위 CEO는 결국 마케터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치에는 브랜드가 가진 철학이나 서사, 물건·서비스의 품질이 포함된다. 일반 브랜드보다 훨씬 비싼 가격의 명품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많다. 그들은 그 브랜드의 가치까지 구입하는 셈이다.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소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차별적 가치가 무엇인지가 마케터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송 작가는 이미 오랜 서사를 갖춘 기존의 브랜드가 신생 브랜드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생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CEO는 마케터의 고민 지점을 푸시(Push)와 풀(Pull)의 영역으로 구분했다. 푸시는 이미 구매의사가 있는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AI로 파악하고 적절한 추천을 하는 영역이다. 반대로 구매의사가 없는 고객을 자사로 당겨오기 위한 풀의 영역에서는 구매 의욕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라네즈 대만, 애피어 AI로 ROI 3.3배 향상
2012년 설립된 애피어는 에이전틱 AI가 적용된 애드테크 및 마테크 솔루션으로 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을 돕고 있다. 뷰티 브랜드 '라네즈 대만'은 애피어의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라네즈대만은 마케팅을 보다 정교하게 하면서도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피어의 △아이쿠아(AIQUA) △아이리스(AIRIS) △오디언스 에이전트(Audience Agent)를 도입했다. 아이쿠아는 AI로 고객의 행동을 분석해 웹·앱·이메일 등을 통해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솔루션이다. 아이리스는 AI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마케팅 의사결정을 돕는다. 오디언스 에이전트는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재분류하고 가치가 높은 소비자군을 식별해 마케팅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라네즈 대만은 솔루션 도입 후 마케팅 기획부터 실행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3일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AI 예측과 웹 행동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군을 정교하게 세분화하면서 휴면 LINE 회원을 재활성화하고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군을 포착해 투자자본수익률(ROI)을 3.3배 끌어올렸다. 클릭률(CTR)은 219% 늘었다.

애피어는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애피어 AI 에이전트 로드쇼'를 열고 8종의 AI 에이전트를 소개했다. AI 에이전트는 △고객 획득과 퍼포먼스 극대화 담당 '애드 클라우드 3종' △리텐션 및 고객경험(CX) 강화 지원 '개인화 클라우드 3종' △전략적 의사결정을 돕는 '데이터 클라우드 2종' 등으로 구성됐다.
애드 클라우드 솔루션에 포함된 AI 에이전트 '디렉터 에이전트'는 단일 제품을 다양한 타깃의 소비자군별 맞춤형 광고 영상을 제작해준다. 샴푸 브랜드의 마케팅의 경우 △긴 머리의 세련된 도시 생활자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 △전원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로 구분해 각각의 광고 영상을 만들어줄 수 있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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