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울대생 엄마야' 반짝반짝 스티커

이 사진을 보라. 차량 유리창에 ‘proud parent’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학교의 상징 ‘샤’ 모양이 박혀있다. 아마 차량 주인이 서울대생 자녀로 둔 자랑스러운 학부모라는 뜻인 것 같은데,

드라마 스카이캐슬 예서 엄마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그토록 탐을 낼만한 아이템일 것 같다. 이 스티커는 진짜일까? 유튜브 댓글로 “서울대생 부모만 받을 수 있는 스티커가 있다던데 진짜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스티커는 서울대발전재단이 제작 배포한 공식 스티커가 맞지만,지금은 배포가 중단됐다. 발전재단 관계자와 통화를 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영상에 쓰지 말아달라 당부한 점 왱구님들의 양해 바란다.

이 스티커는 왜 사라졌을까? 사정은 이렇다. 재단은 2024년 1월부터 서울대생 학부모를 겨냥한 사업을 시작했다. 재단 홈페이지에서 서울대 자녀를 둔 학부모가 본인과 자녀의 정보를 입력하면, 차량 스티커를 포함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하기까지 학부모도 함께 고생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구성원의 소속감과 연대감,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재단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약 2100개의 세트를 배부했다.

이 가운데 차량 스티커가 논란이 됐다. 스티커는 총 4종류로 ‘프라우드 페어런트(PROUD PARENT)’ 이외에 ‘프라우드 패밀리’(PROUD FAMILY), ‘아임 맘’(I’M MOM), ‘아임 대드’(I’M DAD) 등의 문구와 함께 서울대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스티커는 단순 기념품으로, 교내 차량 출입이나 주차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도록 설계됐다.

배포 8개월만인 지난해 8월, 해당 스티커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오자마자 여론은 폭발했다. ‘학벌주의 조장’ ‘병적인 학력집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은 점점 더 커졌다. 한 시민단체가 스티커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거다. 서울대가 스티커 배포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와 엘리트의식을 더 강화하려 했다는 이유였다.

인권위에 추가로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사건은 각하됐다고 한다.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대의 스티커 배포 행위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이런저런 반발에 부딪친 서울대발전재단이 결국 스티커 배포를 중단하게 된 거다.

해외에선 이런 스티커를 비롯한 학교 굿즈가 흔히 판매되는 기념품이긴 하다. 실제로 하버드, 예일 등 미 동부 8개 대학을 일컫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이나 스탠퍼드 대학교 등에서도 학교 기념품 사이트에서 ‘MOM’ ‘DAD’ 등의 단어가 새겨진 기념 티셔츠나 스티커를 팔고 있다.

심지어 예일대학교는 부모와 조부모 뿐 누나 등 형제자매용, 삼촌(UNCLE)이나 사촌(COUSIN) 등 친척용 기념 티셔츠까지 팔고 있다. 우리말로 따지면 ‘나는 예일대생의 사촌입니다’라는 의미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대학교 공식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는 거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서울대가 좀 억울할만도 하다.

다만 주로 사립대인 해외 명문대와 국립대인 서울대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또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만 내면 누구나 살수 있는 해외 대학 기념품과 달리, 대학 측이 확인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배포한 서울대 학부모 스티커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도 있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이 이미 지나간 상황에서 서울대가 스티커를 통해 본의든 아니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거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결국엔 계층을 자꾸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우린 다른 계층이야, 다른 계급이야 이런걸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서 보이기 때문에 그걸 또 학교에서, 그것도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그렇게 한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큰 거죠.

결국 서울대 스티커는 숱한 논란 끝에 1년도 못 가 사라지고 말았다. 입시를 준비하는 청춘 대다수가 서울대 입학을 꿈꾸지만, 서울대 학부모임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두고 비판이 쏟아진건, 어쩌면 과거처럼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 할수 없게 되어 버린 씁쓸한 현실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