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 제조업체 ‘테크윙’이 933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대규모 현금 실탄을 확보한다. 이번 조달 자금은 신제품 ‘큐브 프로버’ 생산과 제조시설 증축 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최종 발행 조건도 테크윙에 유리하게 조성됐다.
테크윙의 유일한 부담 요인은 주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7년 만에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올해 하반기 주가가 이미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지만, 생산능력(CAPA) 확장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면 실적 성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평가된다. 이에 EB 발행에서도 높은 수요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크윙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933억원 규모의 10회차 EB 발행을 결정했다. 테크윙은 2016년 트루텍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찍어낸 이후 9년만에 메자닌 시장을 찾았다.
투자자로는 대신증권이 나섰다. 대신증권은 483억원 규모의 EB를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이어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가 지난해 12월 2000억원 규모로 결성한 ‘대신그로쓰캡2024사모투자합자회사’도 400억원어치를 책임진다. 나머지 500억원 규모 EB는 벤처캐피탈(VC) 킹고투자파트너스와 공동으로 결성한 ‘2024 대신-킹고 Growth Capital 신기술투자조합’이 떠안을 예정이다.
발행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테크윙 우위로 조건이 설정됐다. 먼저 표면금리와 만기금리 모두 0%로 책정됐다. 테크윙 입장에서는 만기까지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이다. 만기는 5년 후인 2028년 10월20일이다.
여기에 교환가액 또한 기준주가에 20% 할증된 7만1060원으로 정해졌다. 통상 메자닌이 할인 발행되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주가 하락 시 교한가를 낮추는 리픽싱 조항도 두지 않아 희석 부담을 최소화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교환가액이 낮아질수록 좋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EB 투자자가 향후 교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기간이 발행 후 30개월로 설정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풋옵션 행사기간을 발행 후 24개월로 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청구 가능 시점을 6개월가량 늦춘 셈이다. 투자자가 풋옵션 기간을 양보해도 관행상 조기상환 시 이자는 단계별로 가산된다. 그러나 이번 EB는 조기상환 이자조차 없다.
테크윙의 유일한 리스크로는 ‘주가 상황’이 꼽힌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도 급등세를 탔다. 국내 대표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로 꼽히는 테크윙 또한 하반기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7월1일 3만2300원이었던 회사의 주가는 이날 6만1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테크윙에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차세대 메모리 시장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시장 확대에 맞춰 개발 중인 차세대 검사장비 ‘큐브 프로버(Cube Prober)’가 핵심이다. 정밀도와 온도 제어 등 기술 경쟁력이 높아 향후 주요 고객사의 신규 라인 투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EB로 조달한 자금은 신제품 양산과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HBM용 프로버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CAPA 확대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수주 가시성이 높아진 점도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테크윙 관계자는 “큐브 프로버를 포함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등 투자금 확보 차원에서 EB를 발행하게 됐다”며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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