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탐내던 서준혁 소노 회장,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로

연지연 기자 2024. 10. 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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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노리던 대명소노그룹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로
내년 3월 티웨이 주주총회에 쏠리는 이목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를 주도한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의 행보가 이목을 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다.

15일 소노인터내셔널은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에 출자했던 프로젝트 펀드(제이씨에비에이션 제1호) 지분 50%를 471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소노인터내셔널은 JC파트너스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지분 50%를 2025년 6월 이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됐다. 사실상 소노인터내셔널이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에어프레미아는 고효율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를 운영하는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다. 첨단 항공기 보잉 B787-9 다섯 대를 기단으로 구성해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 노선을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소노인터내셔널은 에어프레미아의 운항, 정비, 경영지원 등 운영 부문을 도맡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사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선 건 티웨이항공에 이어 두 번째다. 대명소노그룹은 소노인터내셔널(16.77%), 대명소노시즌(10.00%)을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가지고 있다.

업계의 이목은 내년 3월에 열릴 티웨이항공 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2대 주주로서 티웨이항공 이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할지가 관건이다. 대명소노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 회장은 젊은 나이에 탄탄대로를 걷다 승계를 이룬 인물이다. 1980년생인 서 회장은 28세였던 2007년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입사 3년 만에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 소노호텔앤리조트, 대명코퍼레이션 등 핵심 계열사의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2019년엔 소노호텔앤리조트의 대표직함을 달았고 2023년 그룹 회장 자리까지 넘겨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편치만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서 회장을 봐온 이들은 서 회장을 집요하다고 평가했다. 집요함이 없었다면 그룹 장악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명소노그룹은 일찌감치 알짜 부동산을 마련해 놓았고 이를 토대로 리조트를 건설해 안정적인 수익(리조트 회원권)이 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 대부분이 운영 흑자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 회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존 납품 업체와 협력 업체를 전면 재검토한 일이다. 여기저기 뚫려있던 구멍을 찾아내고 막아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복수의 전 임직원은 전했다.

이 작업은 오너 2세가 주도한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협력사를 바꾸면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선의를 빙자한 협박도 오고 갑니다.
친인척이 걸려있고 목소리가 높은 임직원이 얽혀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오랜 시간의 관계를 어떻게 한순간에 끊을 수 있겠습니까.
(대명소노 전 임원)

서 회장의 이런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해내는 성품이라는 맥락에서다.

사실 서 회장은 14년 전부터 항공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처음 항공사업 진출 계획을 세운 건 2000년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공식화한 것은 2011년 11월 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서홍송 창업주의 10주기였다. 2011년은 서 회장이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의 대표에 취임하던 해기도 하다.

당시 서 회장은 “실탄도 500억~600억원 정도를 확보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저가항공사를 인수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항공사가 집중하는 동남아 노선 대신 유럽·미주 노선에 집중해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대명리조트의 해외 진출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명소노그룹은 2011년 티웨이항공 인수를 포기하고도 꾸준히 항공업계 언저리에서 기회를 엿보며 주변을 서성여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호주, 유럽을 잇는 약 132개 노선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국내 영업권을 획득하는 한편 알리탈리아의 항공 국내 총판권도 보유했었다.

대명소노그룹은 이를 토대로 대명투어몰과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티웨이항공 인수 시도 당시 구상했던 ‘그림(리조트와 항공간 시너지)’을 이미 수년간 연습해왔다.

2016년 대명투어몰은 여행상품 홍보문구를 이렇게 쓰곤 했다. “이 상품을 통해 밀라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까지 색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그룹 계열사인 대명에어서비스가 알리탈리아 항공 국내 총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공급받는다.”

서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숫자에도 밝은 편이다. 사실 대명소노그룹은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포기했다. 14년 전 티웨이항공 인수 포기가 대표적이다. 인수를 포기했던 이유는 비싼 가격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당시에 티웨이항공 인수를 포기하고 지금 다시 도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현명했다고 보고 있다. 인수전 이후인 2012년에도 티웨이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재무구조 확충을 필요로 했다. 만약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를 인수했다면 차입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확충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가 꽃길을 걷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또 한 번 자본확충을 했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면서 “결과론적이지만 리조트·레저 등 본업을 강화하고 이번에 항공업 진출을 노리는 것이 대명소노그룹에겐 훨씬 나은 전략”이라고 했다.

이번 에어프레미아 지분 인수도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 협상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가격 문제로 한번 내려놨던 제안을 다시 검토해서 성사된 건으로 안다”면서 “대명소노그룹이 원하는 가격에 상당 부분 맞춰졌다”고 했다. 이미 구상한 큰 그림에 부합하는 투자 건이 나오면 조급해지기 쉬운데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편 티웨이항공에 대해 어떤 전략을 펼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미 400억원 넘는 자금을 쓴 상황인 탓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이사회 입성 정도만 계획하고 있다고 대체적으로 관측한다. 평소 서준혁 회장이 “2대 주주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항공사의 2대 주주 자리에 오른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여져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레저사업과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는 방안만 나오면 굳이 공개매수나 장내매수로 자금을 소진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큰 비용지출 없이 항공업 인수에 발을 뻗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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