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약속 지키려 의사를 꿈꾼 배우의 '중꺾그마' 신념
강릉 태생인 배우 전여빈은 10대 절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의사가 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의대 입시를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 사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뒤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스크린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그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영화 '거미집'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쥐고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전여빈이 누구보다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게 됐다. 출연한 두 편의 영화가 연달아 개봉을 하기 때문이다. 24일 개봉한 '하얼빈'에 이어 한 달 뒤인 내년 1월24일 '검은 수녀들'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전여빈은 '하얼빈'에서는 독립운동가 역을 연기했다. '검은 수녀들'에서는 수녀로 변신한다.
그가 현빈, 박정민, 조우진 등과 호흡을 맞춘 '하얼빈'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전여빈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인 거리에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공부인 역을 연기했다. 독립운동으로 남편을 잃고도 독립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인물로, 폭약 등 필요한 무기를 독립군에게 조달하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그렸다.
현빈이 연기한 안중근, 박정민이 연기한 우덕순, 유재명이 연기한 최재형 등이 실존인물인 것과 달리 전여빈이 연기한 공부인은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다. 극중 안중근 장군의 의거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로, 우민호 감독은 당시 활약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인물로 공부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2018년 전여빈이 주연한 영화 '죄 많은 소녀' 속 강단 있는 캐릭터와 2021년 드라마 '빈센조'에서 한복을 입고 나온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우 감독은 "우아하고 품격 있는 독립운동가를 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전여빈은 '하얼빈'에 이어 '검은 수녀들'로 한 달 만에 다시 극장을 찾는다.'검은 수녀들'은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의식을 치르는 두 수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장재현 감독이 연출해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의 설정과 서사를 잇는 작품이다. 2004년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송혜교의 주연작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해결사' '카운트'의 권혁재 감독이 연출자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연기하며 '하얼빈'의 공부인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니아 수녀(송혜교)를 경계하면서도 소년을 살리려는 굳은 의지에 동화돼 그에게 힘을 보태는 인물이다.이번 작품으로 전여빈과 첫 작품 인연을 맺은 송혜교는 그의 출연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다면서 "주변에서 전여빈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다. 말로 듣던 것보다 현장에서 더 좋았다. 나의 구세주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