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 -20%.."코로나 때보다 더하다"

황두현 기자 2022. 10.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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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삼성증권 DC 비보장 수익률 부진..증시 침체 여파
원리금 보장 적립액 ↑..전문가 "시황 얽매이지 말고 적립식 투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증시 침체로 3분기 일부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선방한 곳도 -13%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던 2020년 3월보다 낮은 수치다.

저조한 수익률에 실적배당형 가입액이 줄고 원리금 보장형이 늘었다. 지난 2년간 증시 호황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인기가 증가했는데 최근 반대되는 현상이 감지됐다.

전문가들은 분할적립 방식으로 장기 운용되는 퇴직연금은 현재의 수익이 아닌 노후보장이 목적인 만큼 시장상황에 휘둘리기보다는 유망 종목과 산업에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 DC·DB·IRP 비보장형 수익률 나란히 '마이너스'

2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금융투자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통계 공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을 보여준다.

가입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원리금 비보장형은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DB는 기업이 지정한 기관이, DC와 IRP는 근로자가 상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한화투자증권의 DC와 IRP 비보장형 수익률은 각각 -19.99%, -17.34%를 기록했다. 13개 금투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중 가장 낮다.

DC에서는 현대차증권(-18.79%)과 KB증권(-17.21%) 등이 부진했고, 신영증권(-13.69%)과 하나증권(-13.93%)이 비교적 선방했다.

IRP에서는 KB증권(-17.23%), 유안타증권(-16.72%)의 수익률이 낮았고, 현대차증권(-11.75%)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12.26%)이 뒤를 이었다.

ⓒ News1 DB

적립금 규모가 적은 사업자가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비보장형의 특성상 고액 자산을 가진 일부 투자자의 낮은 수익률이 평균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비보장형은 고객들이 펀드나 가입상품을 직접 선택하게 돼 있는데 운용액이 많은 몇몇 고객의 수익률로 평균이 편중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DC 기준 비보장형 적립금 1조원이상 대형 사업자 3곳 중 삼성증권(-16.0%)이 가장 낮았고 한국투자증권(-15.63%)과 미래에셋증권(-13.76%)이 뒤를 이었다. IRP는 미래에셋(-14.11%)과 삼성증권(-15.11%)이 적립금 1조원을 넘었다.

2019년 통계 공시 이후 가장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때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1분기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급락했고 DC 비보장형 수익률 최저 -16%에서 최고 -3%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3300을 돌파한 이후 올해 2100대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은 높은 변동성을 겪고 있다. 1분기 최저 수익률은 -16%였지만 2분기 2%까지 올랐고, 3분기 재차 -20%까지 떨어졌다.

13개 금투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DC, DB, IRP를 통틀어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낸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원리금 비보장 → 보장, 적립금 '머니무브'

주가지수는 하락하는 동시에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원리금 비보장 적립액이 보장상품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났다. 주식보다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늘어난 영향이다.

미래에셋증권의 DC 원리금 보장형 적립액은 2분기 2조7706억원에서 3분기 2조9752억원으로 7.3% 늘었지만 비보장형은 3조7709억원에서 3조716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대기자금이 은행으로 옮겨가듯이 확정금리형 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 보장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며 "증시가 좋으면 ETF로 바꿨다가 안 좋으면 예금으로 바꾸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 구조를 바꾸는 방법은 장기 운용 상품인 퇴직연금에 부적절한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1~2년이 아닌 최소 5년, 나아가 10년 이상의 은퇴자금을 준비하는 연금 특성상, 적립식으로 불입해 단기 시황을 이겨내는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퇴직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하게 수익률을 낸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황보다는 성장산업을 발굴해 5~10년이상 꾸준히 투자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년이상 퇴직연금 수익률 중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없다. 오히려 원리금 보장형은 운용 기간이 길어도 2% 안팎에 그친 데 비해 비보장형은 10%를 넘기도 했다. 하나증권의 DC 보장 3년 수익률은 1.89%였지만 비보장은 11.44%에 달했다.

김 소장은 "비보장형 상품의 장기 수익률은 오히려 보장형보다 월등히 높다"며 "DC형이 국내에 도입된 기간이 길지 않아 투자경험이 많지 않겠지만 오히려 지수가 하락한 최근이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역발상 전략도 활용해볼 만하다"고 권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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