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025년형으로 확인한 ES의 강점...렉서스 ES300h
렉서스의 한국 시장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델 ES300h.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총 3475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러한 인기로 인해 2024년식의 판매가 조기 종료됐다. 덕분에 2025년식이 이번 2분기부터 한국 시장에 판매를 위해 입항 됐다.
외관
렉서스의 디자인이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 건 언제였을까? 렉서스가 킨룩을 선보이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던 것이 불과 수년 전이다. 새로운 자동차의 디자인은 출시될 때마다 이슈를 몰고 다녔다. BMW가 수직으로 확장한 키드니 그릴도 예시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렉서스의 킨룩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보다 일상 속에 익숙하게 녹아들었다. 비슷한 디자인의 렉서스들이 국내 도로를 누빈지도 벌써 햇수로 십여 년에 달하기 때문. 뾰족한 헤드램프와 도로 위에 모든 것을 흡입해버릴 듯 광활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배치해 한 성격 보여주려던 렉서스의 디자인도 시간 앞에서는 평범하다.
날카로운 형상의 헤드램프 내부에는 LED 모듈이 셋으로 나눠져 배치됐다. 주간 주행등은 화살촉 형태로 차량의 중심을 가리킨다. 헤드램프 하단의 에어 벤트 모서리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현 세대의 렉서스를 상징하는 그릴은 크롬으로 감싸졌으며 블랙 컬러의 하이그로시 소재가 그릴에 쓰여 세련되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서리들이 향한 지점은 차량 중앙의 렉서스 엠블럼.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엠블럼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여들게 한다. 현시점의 렉서스 디자인이 강조하는 요소를 알 수 있다.
전면부 디자인의 특징은 그릴과 헤드램프에만 모여있지 않다. 정면에서 바라본 사이드미러의 블랙 & 화이트 그리고 크롬의 배치도 흥미롭다. 영화 크루엘라(Cruella)의 주인공 헤어스타일처럼 시각적으로 튀는 반전을 느끼게 한다.
보통 사이드미러 케이스의 투톤 컬러 디자인은 블랙을 하단에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렉서스 SUV 모델들은 블랙을 하단에 배치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한편 LC, IS 그리고 ES는 블랙을 상단에 위치 시키는 패턴을 보인다.
측면에서의 이 디자인 요소는 사이드 미러 면적을 시각적으로 축소시켜 보다 낮은 차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면, 후면 오버행이 긴 ES의 디자인은 전륜 세단의 전형적인 형태다. 한편 C 필러는 길게 후면으로 늘려 쿠페 스타일의 트렌드를 따랐다. 그릴 주변을 감쌌던 크롬은 윈도 라인에도 둘러졌고 후방 좌석 유리가 앞좌석보다 긴 요소도 만족스러운 비율을 만드는데 한몫한다.
후면 디자인도 전면에서 설명했던 요소와 같은 결로 중앙으로 차체 윤곽을 강조한 선들이 모여든다. 트렁크 리드 끝에는 스포일러가 두툼하게 위치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또한 리어램프 상단과 범퍼 하단은 크롬으로 마감해 소재의 일관성도 이어간다.
실내
실내는 고급 가죽, 금속, 부드러운 패드 등을 소재로 쓰며 차분하고 간결하다. 운전자의 팔과 무릎이 닿는 부분은 패드가 삽입된 가죽으로 마감했다. 운전 중 몸을 차체에 기댈 때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버튼들의 형태는 모두 일관된 크기인데 그 안에 다소 확대된 텍스트와 그래픽이 새겨졌다. 렉서스 실내 디자인의 호불호를 가리는 요소 중 하나인데 시인성과 조작성에서는 만족도가 높지만 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련미 부족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운전석의 7인치 계기판 내의 한글 폰트와 크기에서도 투박함이 느껴진다. 계기판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게이지가 조합된 형태다.
아날로그 게이지 그리고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옆에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 변속기 스틱은 고전과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분위기를 낸다. 변화에 신중한 렉서스 다운 발상으로 공조기의 버튼들도 그대로 둬 직관성을 유지했다.
버튼이 많은 것을 뒤떨어진 디자인으로 여겼던 트렌드에서 다시금 버튼이 좋았다는 분위기로 반전이 된 것이 최근이다. 여기에 유럽에서의 안전도 평가 기준의 변화 등으로 실익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ES300h의 운전석 디자인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시트는 적당한 쿠션감과 넓은 면적으로 체격에 무관하게 편안한 탑승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시트의 착좌면은 쿠션감이 충분하도록 부드럽게 마무리했고 나머지 부분을 단단하게 제작해 골반에 집중되는 압력이 분산되도록 디자인했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헤드룸, 레그룸도 충분하다. 뒷좌석을 위한 배려로 선스크린, 암레스트에 공조장치 및 오디오 컨트롤러를 탑재해 의전 수단으로서 여지도 남겼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가 여유롭게 실린다. 그 밖에 인상적인 것은 ES300h의 강점은 에어컨 성능이었다. 높은 습도, 대기온도 30도를 넘어선 맹렬한 여름 날씨였지만 ES300h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실내 기온을 내렸다. 공조장치와 스티어링 간의 거리가 짧았던 탓일까?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빠르게 쏟아져 나와 실외 촬영으로 땀에 젖은 몸을 순식간에 건조하게 얼렸다. 또한 통풍 시트도 어깨가 시릴 만큼 강력했다.
토요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냉각을 위해 에어컨 모듈을 활용하는데 운전자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의 이상적인 작동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동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운전자가 원할 때 곧장 차가운 바람을 공급해 실내 온도를 신속히 낮출 수 있다.
ADAS & 정숙성
이제 신차들의 무게가 2톤을 쉽사리 넘는 시대다. 이에 ES300h의 무게가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계측 중량은 1665.5kg에 전륜 축에 무게 959kg이 실려 전륜 축에 실리는 무게는 57.58%다.
80km/h의 주행속도로 정해진 구간에서 계측하는 정숙성 테스트 결과 59.4데시벨(dBA)을 기록해 무난한 차음 성능을 나타냈다. 운전석 유리의 두께는 약 5.2mm, 뒷좌석은 3.9mm로 계측됐다.
2025년식 ES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업데이트 하이라이트가 있었는데 ADAS 성능의 개선이었다. 차선이나 주행선 감지가 어려운 환경에서 아스팔트나 연석의 경계선을 인식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 정체 구간 등 선행 차량이나 속도로 인해 차선 감지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선행 차량 위치를 모니터링하여 앞차의 경로를 따르는 기능도 탑재됐다.
또한 15km/h 이하 저속 주행 중 필요 이상의 급격한 가속을 차량이 탐지한 경우 전방 사물과 충돌을 방지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저속 시 가속 제한 기능도 탑재됐다.
체감 상으로도 작년 시승한 ES300h F Sport보다 차선 인식을 잘했다. 다만 조향 어시스트는 상황 판단을 신속하게 진행해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인계하는 신호를 전달한다. 고속화 도로 대부분은 불편함 없이 차량의 보조를 받는 것이 가능해 복잡한 교통의 도심 생활권에서 ES300h의 가치를 높인다.
휠은 18인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대표적인 롱 마일리지 타이어 투란자 EL440을 사용한다. 사이즈는 235/45R18이며 권장값 이내의 공기압과 얼라인먼트 그리고 주행 스타일이 갖춰지면 8만 km라는 무척 긴 주행거리를 노려볼만한 타이어다.
성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기록은 8.28초로 지난해 테스트했던 2024년형 ES300h F sport(8.30초) 그리고 2022년형 ES300h(8.31초)와 유사 기록을 보였다.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모두 비슷한 기록이지만 새로운 연식의 모델이 그래도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100-0km/h 제동성능은 40.22m를 기록했다. 총 5회에 걸친 제동 테스트 중 최장 43.04미터까지 늘어나 평균 기록은 42.00미터이다. 작년 테스트한 F sport 모델은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최단 37.04m, 최장 39.42m, 평균 38.26m로 보다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한 바 있다.
ES300h가 강력한 제동 성능을 발휘할 때 또는 ADAS 기능 사용 중 펌프 소음이 들릴 때가 있는데, 이는 액티브 하이드롤릭 부스터(Active Hydraulic Booster)의 작동 소음이다. 이 시스템은 강력한 제동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압박할 때 페달을 통해 역으로 답력을 과하게 전달되지 않게 하면서 부드러운 페달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
최근 토요타, 렉서스 차량들에 공통 적용되고 있는 사양인데 GT3급 레이스카에서 들을 법한 펌프 소음을 ES300h가 들려주니 기분이 묘하다. 소음이 들리는 사양의 시스템 적용 시점이 얼마 안 됐으므로 추후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따라 다음 업데이트 때 이 펌프 소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안 들리게 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텐데...
핸들링 & 주행 안정성
스티어링의 형태도 정직하다. 직경 36cm의 표준적인 원형이다. 스티어링 림의 두께는 11.2cm, 중앙부는 10.1cm다. 작년 시승했던 렉서스의 플래그십 스포츠카 LC500과 동일한 두께의 림을 가져 렉서스의 일관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참고로 LC500의 스티어링 직경은 ES보다 슬림한 35.5cm다.
작은 스티어링 타각만으로도 제법 깊은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것이 요즘의 토요타, 렉서스 전륜 모델들의 특징이다. 운전자가 차량을 원하는 만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작아졌다고도 볼 수 있는데 ES300h도 같은 성향을 이어간다. 스티어링의 각도 대비 앞 타이어의 움직이는 각도가 크고 적극적이라는 감각으로 어코드의 날카로우나 미세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ES300h는 스티어링의 초기 구간에서 다소 의도적으로 선회력이 제공된다는 느낌이다.
이는 이질감과는 다르며 스티어링의 정확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ES300h의 스티어링은 충분히 정교하며 단지 운전자가 차의 궤적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고 스티어링을 돌렸을 때의 차체의 응답이 예상 내지는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러한 안정적인 핸들링 특성은 전, 후륜 서스펜션 간에 세심히 조율된 세팅을 바탕으로 한다. 앞 타이어가 진행 방향을 정했을 때 후륜 축도 허둥대지 않고 신속히 준비 자세를 취한다. 곧이어 원심력이 차체에 닥쳐와도 전, 후륜 축이 비슷한 기울기로 고르게 하중을 받아내 좋은 균형으로 접지력이 분산된다. 참고로 균형이 나쁠 경우 전륜에 접지력이 과하면 오버스티어, 후륜에 접지력이 과하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주행
평행이 주는 승차감의 이점은 이전 포르쉐 파나메라 4 시승기에서 충분히 설명했던 것 같다. 당연히 직업이 자동차를 타는 일인 이상 제조사들의 다양한 공식 매체를 통해서도 트렌드를 수집하는데 토요타, 렉서스도 소형차인 야리스부터 최고급 플래그십 차량인 센추리까지 모두 플랫(Flat)한 느낌을 기본으로 집중하며 차를 만들어낸다. 물론 2018년 즈음 새로운 세대의 LS를 시승할 때 서스펜션 설정의 과격함에 모두가 놀랐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ES300h는 운동성과 안정성 그리고 승차감 모두가 균형 있게 양립된 성숙한 서스펜션을 갖췄다.
종방향으로 들어오는 충격에 대해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ES300h는 특히 댐퍼 스트로크의 종단에 있는 고형의 물체 범프 스토퍼에 충격해도 수직으로 전달되는 힘의 상쇄력이 좋다. 서스펜션으로부터 좌석까지의 밀도감이 높다는 느낌이라면 의미 전달이 정확할 것 같다. 밀도감이 높은 만큼 서스펜션을 타고 들어오는 큰 진동은 점차 에너지를 잃어가며 좌석에 도달할 즈음에는 작은 떨림으로 소멸한다. 진폭이 큰 환경에서는 전륜은 여러 번의 수축과 신장으로 에너지를 나눠내고 후륜은 한 번의 움직임 정도로 균형을 잡아 차체 움직임을 정리한다.
ES300h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동력 분할 기구 그리고 두 개의 모터로 이루어진 직/병렬식이다. 최근의 혼다가 내놓은 모델들과 기계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라면 엔진과 전륜 휠 사이에 클러치의 존재 유무 그리고 전기 배터리 및 모터의 활용 시나리오이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토요타/렉서스의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어코드는 동력 분할 기구 대신 클러치를 선택했다. 어코드는 대부분의 주행 시나리오에서 전기모터의 활용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반면 토요타/렉서스는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가 주행 때 조화를 이루는 시간이 더 길다. 어코드는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주행 느낌에 거리를 두고 전기차에 가까운 감성이다. 원래 전기차였고 차량 어딘가에 엔진이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토요타/렉서스는 엔진의 존재감이 분명한, 익숙한 자동차의 감각이다.
렉서스 ES300h도 다음 세대 모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기반이 되는 캠리는 이미 11세대 모델이 북미서 출시되며 차기 ES 모델의 구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캠리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4륜 구동이 적용되며 모터가 세 개로 늘고 더 높은 시스템 총 출력이 제공된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경험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