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깎은 뼈아픈 대가 "일자리 줄고 혈세 증발" [아카이브]

김정덕 기자 2024. 10. 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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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줄인 부작용 속출
관련 일자리 3만개 이상 감소
중소기업은 R&D 사업 중단
지난해까지 매몰비용 500억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데서 비롯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R&D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일부 기업에선 각종 과제가 중단하면서 기존에 투입한 수백억원의 혈세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주먹구구식 예산 책정이 불러온 사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R&D 카르텔'을 걷어내겠다고 공언하면서 국가 R&D 예산을 확 줄였다. 2024년 전체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2023년(31조1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14.8%) 감소했다.

■여파 일자리 = 그러자 관련 일자리가 확 줄었다. 지난 7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연구관리 전문기관 3곳에서 받아서 발표한 '연구과제 참여 인력 변동 현황'에 따르면 R&D 연구인력은 2021년 18만7793명에서 2022년 20만1345명, 2023년 19만2725명으로 연평균 19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준 R&D 연구인력은 16만2299명으로 3만426명(15.8%) 감소했다.

소속기관별 감소율을 보면 산학연 중 대학 연구인력이 21.8%(8168명)로 가장 크게 줄었다. 기업과 연구소 연구인력 감소율은 동일하게 16.4%(각각 1만7061명, 5079명)였다. 기타 연구인력은 0.6%(117명)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R&D 인력양성과 기반구축 등에 참여하는 연구인력 감소폭이 26.6%로 가장 컸다. 산업R&D 분야와 에너지R&D(11.3%) 분야 감소율은 15.2%와 11.3%였다.

김 의원은 "산학연 R&D에 참여하는 연구인력이 줄어든 덴 R&D 예산 삭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등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업부 산하기관의 '연속성이 있는 연구과제' 중 R&D 예산이 깎인 채 진행 중인 과제는 총 3298개였다. R&D 예산이 절반 이상 줄어든 과제 수는 640개에 달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중단한 과제도 80건이었다.

김동아 의원실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연구비 부정집행 등 현행 R&D 관련 법률 위반 내역을 자체 분석해본 결과, 중단 과제 가운데 연구비 부정과 같은 R&D 카르텔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여파 매몰비용 = 더 큰 문제는 R&D 과제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8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으로 R&D 사업 중단을 확정하거나 신청한 중소기업은 총 152곳(6월 기준)이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언급하자 R&D 예산이 대폭 줄었다.[사진=뉴시스]

2023년까지 이들 기업에 투입한 연구비만 483억500만원이다. 이대로라면 이 연구비는 고스란히 증발해 버린다.[※참고: 2023년 1조8247억원이었던 중소기업 R&D 예산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라 2024년 1조4097억원(기후기금 포함)으로 4150억원(22.7%)이나 줄었다.]

허 의원은 "현장에서는 사업비 지원 계획에 따라 연구장비까지 발주했는데, 예산 삭감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했다"면서 "이렇게 중단된 연구에 지금까지 투입된 혈세는 날아가버린 셈이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삭감한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2025년 R&D 예산을 29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조2000억원(12.1%) 증액했다. 정부는 R&D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주장했지만 삭감 이전인 2023년보다 고작 1.4% 늘었을 뿐이다.

한편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정책 변경이란 비판도 나온다. 지금 예산을 늘려봤자 예산삭감으로 이미 발생한 부작용을 완전히 상쇄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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