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서울시교육감 보선…'진보 정근식 vs. 보수 조전혁' 확정
다음 달 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설 진보·보수 각 진영의 단일 후보가 결정됐다. 진보진영에서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추대됐다.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대진표가 완성되며 앞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교과서 등 쟁점을 둘러싼 양 진영 간 이념 대결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는 25일 서울 마포구 가온스테이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근식 교수가 최종 단일화 후보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추진위에서 진행한 1·2차 경선의 추진위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대 50 비율로 합산한 결과 1위에 올랐다.
정 교수와 2차 경선에서 겨룬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과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외에 1차 경선 참여자였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등도 결과에 승복하고 연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 교수는 단일화 후보로 추대된 뒤 "불통과 졸속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서울교육도 처참히 망가져 가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서울의 주인인 서울시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책임을 물어 준엄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월 16일, 서울시민의 준엄한 투표로 심판해 달라"고 독려했다.
정 교수는 순탄치 않았던 진보 진영의 단일화 과정과 관련해선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 한 분 한 분 모두 훌륭한 분이었기에 경쟁도 치열했고 진통도 있었지만 우리는 끝내 단일화라는 너무도 값지고 소중한 결과를 얻었다"며 "기쁨보다 걱정이, 두려움이 앞선다. 어깨도 마음도 다 무겁기만 하다.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들어 다가올 본선에서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교육 격차 없는 공정한 교육 실현'을 목표로 수포자가 아닌 '수호(好)자' 방지 정책, △ 공립·사립 유치원 무상교육, △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과후학교 혁신, △ 정서적 위기 학생을 위한 전문가 지원 강화, △ 유보통합을 통한 교육행정 개혁 등을 공약했다.
정 교수는 1956년 전북 익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서울대·전남대 등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민주주의 교육 철학을 지켜왔으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그는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으며,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선감학원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 보상을 권고하는 등 인권과 정의 실현에도 힘썼다.
진보 진영에서는 추진위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본선거 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심사다. 이날을 기준으로,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방재석(필명 방현석) 중앙대 교수, 최보선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등 3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다만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 배출로 진보 진영도 후보 단일화 불가피론에 적잖은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보수 진영 단일화 기구인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도 이날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전혁 전 의원을 최종 단일화 후보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조 전 의원과 경쟁한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과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두 사람은 "대의를 위한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조 전 의원은 단일화 후보 당선 소감으로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에는 극적으로 성공했다"며 "그만큼 서울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경우 단일화 기구를 통한 후보 추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2년 4월 11일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문용린 후로로 단일화에 성공하며 승리했다. 보수는 2014년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문용린 후보를 내세웠으나 고승덕 후보의 독자 출마로 표가 분산돼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였던 조희연 전 교육감에게 패배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후에도 후보 단일화에 거듭 실패하면서 조 전 교육감에게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두 번이나 더 내줬다.
조 전 후보는 "교육 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의 개천에서 용이 다시 승천하게 하겠다"며, 1호 공약으로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최대 100만 원 지원'을 발표했다. 또 "교권을 보호하고 학부모 소통을 강화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교권 강화를 강조했다.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학생권리의무조례'도 제정할 예정이다.
조 전 의원은 1960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인천대·명지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그는 2004년 8월 <조선일보>에 '이념 교육에 몰두한다'며 전교조를 비판하는 칼럼('저주의 굿판을 멈추어라')을 써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후 자유주의교육연합이라는 보수 교육운동단체를 만들고 고교평준화 등을 비판했다.
조 전 의원의 교육감 선거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전교조 아웃(out)'을 내세우며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와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출마 당시에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박선영 전 의원을 '저 미친 X'라고 지칭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돼 보수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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