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날 유동성 점검]② '줄줄이 적자' 신사업 자회사들 '자충수' [넘버스]

모두의 손에 휴대폰이 쥐어지던 1990년대 말. 다날은 새 밀레니엄의 상징처럼 등장했다.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2000년 세계 최초의 휴대폰 결제 서비스로 일약 스타가 됐다. 2015년에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투자자로 등장하며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커진 자신감 탓이었을까. 거침없이 펼친 신사업들은 시장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있다. 적자의 늪 속에서 빚은 시나브로 불어났다. 박성찬 회장 지분까지 담보로 한 대출은 지배구조의 숨은 암초다.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질주를 벌이다 부침을 겪고 있는 다날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그래픽=박진화 기자

전자결제 전문업체 다날이 엔터테인먼트와 가상자산, F&B 등 신사업을 위해 꾸린 자회사들이 대부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분 투자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던 판단이 도리어 실적의 발목을 잡으며 자충수가 된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다날의 종속기업은 펀드 등을 제외하고 총 11곳이다. 구체적으로 △다날엔터테인먼트(음원제작 유통) △다날에프엔비(달콤 운영) △비트코퍼레이션(자동판매기 운영) △페이프로토콜AG(페이코인 발행) △다날핀테크(페이코인 사업 운영) △다날투자파트너스(투자) △쏘시오(공유 서비스) △디스튜디오(제작사) △워너아이(데이터 중개 플랫폼) △페이프로토콜 싱가포르(페이코인) △모빌렛(핀테크 일본법인) 등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곳은 다날투자파트너스가 유일하다. 다날엔프엔비와 다날핀테크, 페이프로토콜AG 등은 10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비트코퍼레인션의 순손실은 44억원에 달했다. 이는 다날의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3분기 다날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11억원이지만 연결 기준으로 보면 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종속기업들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다날에프엔비와 비트코퍼레이션, 페이프로토콜AG, 쏘시오, 워너아이, 모빌렛 등은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실상 다날투자파트너스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의 부진이 뼈 아픈 것으로 보인다. 다날의 종속회사 중 페이프로토콜AG, 다날핀테크, 페이프로토콜 싱가포르 등이 페이코인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이다. 2021년 다날은 페이코인을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결제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페이코인은 다날의 간편결제 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가맹점을 확대해 나갔다. 다날핀테크는 2021년 순이익 28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금융당국이 페이프로토콜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요구하면서 페이코인 사업이 흔들렸다. 페이프로토콜은 국내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 VASP 요건을 갖추고자 했다. 하지만 실명 계좌 확보에 실패했고 페이코인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페이코인이 거래소에서 퇴출되면서 다날핀테크와 페이프로토콜은 적자에 빠졌다. 2023년 다날핀테크와 페이프로토콜은 각각 순손실 135억원, 106억원을 기록했다. 페이코인이 지난해 7월 코빗과 코인원, 빗썸에 재상장했지만 현재 페이코인은 1개당 9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1년 말까지만 해도 페이코인은 2000원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다날은 최근 투자 실패 사례도 쌓았다. 다날은 2021년 7월 구주취득 방식으로 만나코퍼레이션에 350억원을 투자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배달 대행 업체로 당시 코로나19로 성장세를 보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각각 영업손실 124억원, 1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은 우하향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배달비를 정산하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지난달 20일 다날은 이사회를 열고 만나코퍼레이션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만나코퍼레이션 투자 당시 주주간계약을 맺었는데 다날이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투자원금의 내부수익률(IRR) 15%를 보장받기로 했다. 계약대로면 다날은 총 620억원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처분금액을 0원으로 적었다.

이에 대해 다날은 "본 계약의 풋옵션 행사의 대상자인 이해관계자에게 지난달 27일 대금지급 불능 확인서를 수령했다"며 "이에 지급기한 변경 및 대금지급 독촉을 포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