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탐구] ‘그룹 소방수’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재무감각' PF 유동성 위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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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부회장) /사진 제공=롯데건설

롯데건설은 대형 건설사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가장 크게 겪었다. 지난 2022년 9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이후 PF 시장이 경색돼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6조9000억원의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가 발생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위기상황에서 소방수로 파견된 인물이 박현철 대표이사(부회장)다.

롯데그룹은 지주사에서 재무감각을 키우고 리스크 대응력을 보여준 박 대표를 위기의 롯데건설을 이끌 적임자로 봤다. 박 대표는 그룹의 기대에 부응하며 PF 수렁에 빠진 롯데건설을 건져냈다. 취임 한 달여 만인 2023년 초 1조5000원의 펀드를 결성해 급한 불을 껐으며, 올해 초에는 2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샬롯’ 펀드를 조성해 고위험 PF를 차환하며 차입 기간의 숨통을 틔웠다.

‘40년 롯데맨’ 박현철, 재무·리스크관리 역량

박 대표는 40년 가까이 롯데그룹에서 일한 ‘롯데맨’이다. 1960년생으로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기획, 개발, 감사 업무를 담당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1999년 롯데정책본부로 차출됐다. 롯데정책본부는 롯데지주가 등장하기 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후 조정실장, 운영실 운영3팀장 등을 거친 뒤 2015년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2017년에는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 개장을 이끈 공로로 롯데물산 대표에 선임되며 C레벨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30년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개장이 목표였으나 공사를 지휘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건으로 구속되며 위기에 처했다. 이에 당시 롯데물산 본부장이던 박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이끌며 경영공백을 메웠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에는 핵심 부서인 경영개선실로 옮겨 실장을 맡았다. 롯데건설에서 능력을 입증해 정책본부로 간 것처럼 롯데물산에서 성과를 보여 그룹 컨트롤타워로 복귀했다. 경영개선실은 계열사 업무와 재산상태를 감사하는 핵심 부서다. 박 대표는 2019~2022년 실장으로 근무하며 재무감각을 키웠다.

롯데건설에 복귀한 것은 2022년 12월이다. 평사원으로 시작한 곳에 대표이사가 돼 돌아왔지만 어깨가 무거웠다. 롯데건설은 2022년 11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가 6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PF 시장이 경색되며 차환이 어려웠다. 2017년 2월 취임한 뒤 5번 연임하며 건설 업계의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통했던 하석주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신동빈 회장이 11억원의 사재를 투입해 롯데건설 보통주를 사들였으며, 롯데케미칼 5000억원 등 계열사들도 자금을 내놓았다.

당면 과제 ‘자본 완충력’ 확보...펀드 결성→차환 ‘차입 장기화’

소방수로 나선 박 대표의 당면 과제는 자본완충력 확보였다. 박 대표는 펀드를 결성해 만기가 다가온 PF를 차환하는 ‘차입장기화’ 전략으로 위기의 롯데건설을 구했다.

대표 취임 한 달 만인 2023년 1월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직해 급한 불을 껐다. 1조5000억원 중 9000억원은 메리츠증권 계열사가 선순위로 출자했으며, 6000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가 후순위채권자로 충당했다. 이 펀드로 상반기 만기 도래할 1조2000억원의 PF와 롯데케미칼에서 빌린 5000억원을 갚았다.

초기 진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시장의 우려는 여전했다. 단기적인 차환 위험은 해소했지만 PF 시장 경색과 부정적인 부동산 업황이 이어지며 나머지 우발채무의 차환 위험이 남아 있었다. 올해 1분기 만기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규모가 3조9973억원에 달했으며 중단기 차환 위험도 완화해야 했다.

박 대표는 이번에도 유동성 확보가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2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샬롯’ 펀드를 결성해 고위험 사업장의 PF를 차환했다. 펀드 조성 이후에도 우발채무 총액은 지난해 말 5조8952억원에서 올 상반기(6월) 말 5조8873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단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PF 우발부채는 상반기 말 1조7058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4조1881억원에서 59% 감소했다. 펀드로 만기 도래한 PF를 갚아 대출 기간을 장기화하며 숨통을 틔웠다.

박 대표는 이사회에서 재무감각을 발휘해 자금조달을 이끌었다. 지난해 이사회에서 주요 의결 사항으로 대출 관련 6개 안건을 다뤘으며, 올해는 1월 제147회 사채 발행의 건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6개 자금 관련 안건을 주요 의결 사항으로 다뤘다.

박현철 대표는 PF 우발채무의 급한 불을 끄며 구원 등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진압한 것은 아니다. 차입 기간을 늘렸지만 우발채무 총액에는 변동이 없으며, 지난해 말 기준 위험도가 높은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 및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 우발채무가 전체의 73.5%(3조2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 조력자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도 업황 악화로 부진에 빠져 있어 더는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 박 대표의 임기 만료는 올해 12월로, 조직을 PF의 수렁에서 건진 그가 연임해 롯데건설의 홀로서기에 일조할지 주목된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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